"원격수업이라 하면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해 출석을 부르고 대화하고 수업이 진행되는거라고 알고 있었다. IT 강국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원격수업은 아이 스스로 유튜브 자율학습을 하는거다. 공교육을 받는 우리 아이들은 올해 내내 방학이다."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건 원격수업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실 예정이십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일주일 만에 약 3만명이 지지한 청원의 작성자는 공립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아이를 둔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공립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1학기땐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돼 준비가 안 됐다고 하지만 2학기가 되었는데도 상황이 변한게 없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한다. EBS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방향 원격수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당수 공립 초등학교 학생들은 출석도 확인되지 않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국가 전체의 방역 부담 완화를 위해 수도권지역 소재 유·초·중·고 및 특수학교를 이달 11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언제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2학기에도 코로나19라는 예측불허의 리스크가 학부모와 아이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요란을 떨었다. 하지만 통신속도만 빨라졌을 뿐 정작 교육 현장에선 IT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첨단 IT 기술을 통해 진화해야 하며, 비대면·실시간·쌍방향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줌’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쌍방향 비대면 수업이 활발히 진행되는데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왜 불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원격수업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 교육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토마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9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이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2030년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은 교육기업이 될 것"이라며 "10년내 AI(인공지능)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원격교육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당국은 교육 현장의 시계를 돌아가는 척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 기술·행정적 노력을 통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IT 강국의 원격수업, 이렇게 밖에 못합니까’라는 국민들의 원성이 사그라들고 공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새로운 교육방식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