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풍력 발전, 올해만 44회 강제 정지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에서 벗어나야"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제주도 곳곳에 구축한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가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이 급증하면서 섬이 수용할 수 있는 양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자 풍력 발전기를 강제로 멈춰 세우는 사례가 급증한 것인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은 제주도만의 문제지만,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정부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대폭 확대할 계획인 만큼 앞으로 이런 문제는 전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에너지기술평가원마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보급·확대하는 것에서 벗어나 분산자원 확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제주 지역 풍력발전소는 44회 멈췄다. 지난 2015년 3회였던 제주의 풍력 발전 출력제어는 2018년 15회로 늘었고, 지난해 46회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44건에 이른 것이다. 제어량도 크게 늘어 올해 상반기 처음 1만㎿h를 넘었다. 전력거래소는 올해에만 137회 출력 제한이 이뤄지고, 내년에는 이 횟수가 200회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박길우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제주도)처럼 출력제어가 급격히 증가하는 곳은 중국뿐이다.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우후죽순 건립되면서 송전 제약으로 출력제어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스페인, 독일, 아일랜드 같은 선진국은 풍력발전소 출력제어가 매년 줄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멀쩡한 발전기를 멈춰 세워야 하는 이유는 섬 내 전력 사용량은 한계가 있는데,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준 제주도 총 전력 설비 용량은 1780㎿로, 이 중 35%를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620㎿에 달한다. 그런데 역송(逆送·섬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보내는 것)이 불가능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2개가 운전되는 제주도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접속 한계용량은 498㎿로, 이미 신재생에너지 최대 운전 가능 한계를 넘은 상태다.

수치로만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림읍과 구좌읍, 애월읍 등에 풍력 발전기를 더 세우는 프로젝트만 10개(652㎿)에 이른다. 대신 정부는 제주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전송해 전력 과잉 공급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총사업비 23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제주~완도 구간에 제3 HVDC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발생하는 출력제어와 관련해 발전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체계는 물론 출력 제한 조건이나 대상, 발전기 선정 순서 같은 원칙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는 현재 전체 발전량의 10%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 기조가 아니라 전력 수요와 기반 시스템, 환경 영향을 고려해 발전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수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제주도의 출력제어 급증 사례는 3020 정책 달성 가능성과 리스크를 모두 보여준 사례"라며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출력 제한 문제는 더이상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재생에너지 수용성 제고와 계통 안전성 방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제어가 최소화 되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출력제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수요 보다 높아 정전이 유발되는 등 주파수 품질기준 준수가 불가능할 경우에만 최후 수단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가 낮을 때 전기차를 충전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플러스DR’ 도입, 주파수조정용 ESS 설치, 제3 HVDC 역송 운전 등 추가 대책을 통해 올해~내년 출력제어 횟수가 기존 전망 대비 감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