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케이팝(k-pop)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2주 연속 1위에 오른 데 이어 블랙핑크도 13위를 차지했다.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처음으로 핫 100에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차트에 이름을 올린 케이팝 곡 수는 20개를 훌쩍 넘는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인 핫 100은 미국 내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집계한다. 이에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비영어권 노래엔 장벽이 높은 차트로 꼽힌다. 케이팝이 세계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 그룹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광고가 나오고 있다.

10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케이팝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이었던 굿즈(상품)나 음원 구입, 팬클럽 등의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추세다.

앰프가 운영하는 글로벌 굿즈 플랫폼 ‘덕질’이 대표적이다. 기획사가 아닌 팬들이 직접 제작한 굿즈를 중개하거나 판매하고 있는데, 굿즈 거래가 보통 SNS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뤄져 현금 거래 탈세, 사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약점을 공략했다. 현재 42여 개국의 팬들에게 2500여종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으며, 약 53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 중 해외 이용자도 6만명이 넘는다.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의 저작권을 살 수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정확히 말해 저작권을 분할해 매매하는 것은 불법이라 살 수 없지만,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법을 우회해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저작권 공유 플랫폼 ‘뮤직카우’는 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을 화폐가치로 평가해 매매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태양과 아이콘, AOA 등의 음원 저작권 일부를 옥션을 통해 사고팔 수 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일부를 취득하면 지분율에 맞춰 실제로 저작권료를 매달 정산받을 수 있다. 음원의 인기가 오르면 차익을 남기고 되팔 수도 있다. 단순히 듣고 즐기는 것을 넘어 수익을 노리는 동시에 음원 자체를 소유하고 싶은 팬심을 겨냥한 전략이다. 지금까지 500여곡이 거래됐고, 서비스 이용자 수는 15만명에 달한다.

케이팝의 매력으로 꼽히는 춤 관련 스타트업으로는 안무공장이 만든 안무 생산·공유 플랫폼 ‘비트플로’가 대표적이다. 안무가가 자신의 안무를 플랫폼에 올리면 다른 이용자들이 따라 추고, 올라간 조회 수에 비례해 안무가와 이용자가 수익을 배분받는 시스템이다. 비트플로를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발생한 조회수를 함께 집계해 조회수 1회당 1원을 지급한다. 비트플로에 따르면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댄스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는 케이팝 커버댄스 등이 인기다. 향후 200여 곡을 선보일 예정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앰프의 덕질샵에 진열돼 있는 케이팝 굿즈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BTS의 경제적 효과가 연간 5조5600억원을 뛰어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제 저력 있는 케이팝 콘텐츠는 대규모 경제효과를 불러일으킬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팬 중심의 산업을 의미하는 ‘팬더스트리(팬과 인더스트리의 합성어)’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