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경두도 책임군검찰 나서라"
"윤석열, 독립적인 수사팀 새로 꾸려야"
秋 전 보좌관, 외교부에 딸 비자 청탁 등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27)가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군복무 당시 특혜성 휴가를 다녀왔다는 의혹이 총체적인 병역 청탁 의혹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8일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휴가는 물론 부대·보직 모든 분야에 청탁을 했던 사례"라며 "군검찰과 동부지검 수사로 끝낼 사안을 지연시키면서 오히려 의혹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 본회의장에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끝나자 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 "군 검찰이 나서달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군검찰은 현재 근무 장병을 대상으로 수사를 한다. 이 경우 제대한 예비역 병사가 대상이지만, 사안의 90% 이상이 군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이렇게 요구했다.

배 대변인은 "군 내부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군검찰이 인지수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사회적으로 이 정도 물의를 일으킨 군 관련 사건을 수수방관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배 대변인은 "서울동부지검도 결국 군의 협조 없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기 힘들 것"이라며 "(당이 요구한 특임검사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오늘이라도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서씨에 대해 제기한 의혹은 크게 3가지다. △군 부대 휴가 미복귀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파견 청탁 △의정부에서 용산으로 부대 이전 배치 요청 의혹 등이다. 그런데 추 장관 측이 야권에서 아들에 제기한 의혹에 해명을 내 놓을 때마다 야권에서는 그 해명과 정면 배치되는 사실을 공개하며 의혹은 켜켜이 불어나고 있다.

야당이 최초 제기한 2017년 군 부대 휴가 미복귀와 관련해선 △추 장관 당 대표 재직 시절 보좌진이 군부대에 직접 전화 △병가를 두번째 받을 당시 진단서 없이 승인 △의료기록 5년 보관 규정에도 불구하고 군 부대에 관련 서류 폐기 의혹 등이 새롭게 나왔다.

◇ "진단서 없이 병가 연장 승인" "미군은 안그래" 논란도

서씨는 지난 2017년 6월 5일 1차로 병가를 나가서 서울삼성병원에서 오른쪽 무릎수술을 받았다. 이후 통증과 부종이 가라앉지 않아 병가가 끝날 무렵인 14일쯤 한차례 병가를 연장(9일)하고 연가 4일을 추가로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서씨는 군대 복귀 당일인 6월 23일(금요일) 복귀하지 않았고, 25일 일요일 에도 들어오지 않아 '미복귀'로 처리하려고 하자, 육군본부 마크를 단 대위가 당직실로 찾아와 휴가를 연장 처리했다는 의혹이다.

국민의 힘은 처음에는 세번째 휴가 연장에만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여기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서씨가 두번째 병가를 낼 때 제출한 진단서 날짜가 병가 시작 일자보다 늦다는 것을 근거로 군대 규정 위반이라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병역 시절 병가 및 연가 사용과 관련한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추 장관 변호인 측은 이에 부대장의 권한 하에서 휴가를 구두로 승인을 하고 사후에 서류 처리를 했다고 해명했다. 또 휴가를 쓴 것이 '위법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서 일병이 전화로 휴가 연장을 신청하고, 이메일로 휴가서류를 제출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려졌다.

그러자 고위급 군의관을 지낸 현직 민간 병원장 B씨가 전날(7일) 중앙일보에 "병가에 대한 전권은 부대장에게 있지만, 병가 연장을 위해선 요양심의위원회를 여는 것이 원칙인데 생략된 게 이상하다"고 했다. 또 전화로 병가 연장 신청을 한 것도 "신청이 됐다고 해도 관련 서류를 즉시 제출해야 하는데, 서씨는 한참 지나서야 제출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원래 우리 군대 규정에서 5년 보관하도록 돼 있는 의료기록이 서씨가 복무한 2017년에만 폐기됐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2016년 3월 부분 개정돼 시행 중인 군 관련 규정은 민간의료기관의 입원확인서와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자료 보관 기간을 5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추 장관 측 변호인은 이날 오전 "카투사는 "(휴가) 규정이 주한 미 규정이 따로 있다. 미군은 서류는 1년만 보관한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다시 국방부가 "카투사도 휴가 규정은 육군에 따른다"고 말해서 논란은 계속됐다.

◇ "당 대표실에서 평창 통역병 파견 요청"

또 다른 하나는 추 장관이 당 대표이던 시절 서씨가 평창동계올림픽의 통역병으로 차출될 수 있도록 당 대표실 차원에서 국방부에 청탁성 연락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측은 군부대 관계자를 인용해 "서씨를 평창 겨울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해 달라는 청탁이 장관실과 국회 연락단에서 많이 왔다"며 "부대 인원을 집합시켜 '너희들이 하도 청탁을 많이 해서 제비뽑기로 한다, 문제 있는 사람 손 들어봐'해서 없어서 그렇게 선발했다"고 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인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최근에 알게 됐다. 이것을 나는 당시에 몰랐고 내 아래의 선에서 막았다"고 말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그 당시 국방부에서 근무 중이던 민주당 당직자 출신의 장관 정책보좌관이 이런 내용의 문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당시 통역병에 응시했으나 뽑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서씨의 통역병 지원을 당 대표실에서 문의했다는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추 장관 측 변호인은 통역병 파견 요청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 "청탁말라 40분 강의" "신병부모 대상 강의"

세번째는 추 장관의 남편 서정환 변호사와 추 장관의 시어머니가 당시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장 A씨에게 의정부 카투사 부대로 배치받은 서씨를 용산 부대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다. 서씨는 2016~2018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1일 신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처음에 2사단으로 와서 용산으로 보내달라는 것도 제가 뭐 규정대로 했다"며 "제가 직접 추 장관 남편 서 교수와 추 장관 시어머니에게 청탁을 하지 말라고 교육을 40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추 장관 가족을 별도로 만난 것은 아니라 "보직 분류일에 (신병) 부모님들을 다 모아 놓고 ‘청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전 의원에게도 이런 문제를 털어놨다고 한다.

이 밖에 전날 추 장관이 아들 뿐만 아니라 딸의 프랑스 유학비자와 관련해서도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V조선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추 장관이 민주당 대표였을 당시 보좌관이었던 B씨는 추 장관 지시를 받고 국회에 파견 나와 있던 외교부 협력관에게 비자를 빨리 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다만 청탁 내용이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 與 "검찰수사 지켜봐야" 野 "수사팀 정치적 오염"

국민의힘은 추 장관 사안에 대해 특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나와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넘겨 짚어 추측하면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특임검사는) 검찰 수사 능력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YTN 라디오에 나와 "지금의 (서씨 아들을 수사하는 동부지금의) 수사팀이 내놓을 결과는 이미 약간 정치에 오염됐다고 본다"며 "그렇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독립적인 수사팀을 새로 꾸리고 이 수사결과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가운데), 유상범(오른쪽), 조수진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