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우발채무 등 건전성 지표 악화
S&P·무디스 등도 신용등급 전망 하향

주요 신용평가회사(신평사)들이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회사들의 자산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IB(투자은행) 부문의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나 현지법인 투자 등을 늘리면서 빚이 늘어나 신용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왼쪽부터),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중구 미래에셋대우 본사.

8일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6월말 기준 부채비율(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의 비율)은 779.7%다. 이는 지난해말(698.0%) 보다 81.7%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미래에셋의 영업용순자본비율도 6월말 기준 158.1%를 기록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영업을 하는데 쓸 수 있는 돈인 영업용순자본을 해외부동산이나 현지법인 투자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 금액(총 위험액)과 비교해서 산출한다. 신평사가 기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결정하는데 쓰이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150%가 안되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다.

미래에셋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만 조금 더 비율이 내려가면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미래에셋대우의 자산건전성에 대해 "해외 인프라 자산 투자 등으로 인해 영업용순자본비율이 빠르게 하락 중"이라며 "미래에셋대우의 위험선호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기자본에 비해 크게 불어난 우발채무도 신평사들이 대형 증권사들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우발채무는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금액을 말한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 중 정부의 승인을 받아 초대형 IB로 선정된 5개사의 우발채무 현황을 보면 KB증권이 4조3667억원(상반기말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KB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90.7%에 달했다. 자기자본이 1조원이라고 가정하면 해외증시 급락 등으로 인해 채무로 바뀔 수 있는 돈이 9070억원이라는 의미다. KB증권의 우발채무는 6개월 사이 3003억원(지난해말 4조664억원) 증가했다.

삼성증권(016360)의 우발채무도 4조3345억원(자기자본 대비 89.3%)이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증권은 2016년까지 보수적인 영업으로 우발채무 부담이 매우 작았지만, 2017년 이후 IB(투자은행)부문 사업확대로 우발채무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저하 가능성을 감안할 때, 우발채무 현실화 등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응력 수준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증권이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규모를 늘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부담해야할 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3조8229억원·74.4%), NH투자증권(005940)(3조472억원·56.4%), 미래에셋대우(2조3867억원·26.9%) 등도 2조3000억원~3조8000억원의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자 국제신평사들은 이미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S&P는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Stable’에서 ‘BBB/Negative’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도 7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Baa2/Stable(안정적)’에서 ‘Baa2/Negative(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 신평사들도 대형 증권사의 건전성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초대형 IB에 속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몇년 동안 계속 우발채무 등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저(노출액)를 확대해왔다"며 "실물경제가 굉장히 침체돼 있고 현재 증권시장은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시장이 됐기 때문에 (변동성이 심해)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초대형 IB의 건전성에 대한 불안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해외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해 모은 투자금을 해외시장에 투자했던 증권사들이 갑자기 자금난에 몰렸는데 당시에도 1~2곳의 대형 증권사들이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며 "단기간에 증시가 회복되고 증권사들의 실적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증권사들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