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카이스트·서강대, 폐의류 속 '케라틴' 추출·재활용
"체형·계절별 옷 크기·모양·기능 조절… 의료 분야 활용도 기대"

‘케라틴 실’로 짠 직물을 별 모양으로 기억시킨 후 변형시킨 모습(왼쪽)과 금세 다시 원래 모양으로 복구되는 모습(오른쪽).

한·미 공동 연구진이 변형돼도 원래 모양을 기억해 되돌아가는 첨단 섬유를 개발했다. 100% 재활용한 소재라서 환경오염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버드대 공과대학 연구진이 폐의류에서 추출한 물질을 활용해 ‘형상기억(shape memory)’ 기능을 가진 직물 소재를 만들었다고 7일 IT전문매체 씨넷(Cnet)이 전했다. 지난달 31일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우리나라 카이스트(KAIST), 서강대 연구진도 참여했다.

머리를 감은 후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면 머릿결 방향 등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머리카락과 털에 들어있는 ‘케라틴’이라는 단백질 때문이다. 케라틴은 외부 자극에 모양이 변하더라도 그 자극이 사라지면 다시 원래 모양을 찾는다. 케라틴을 이루는 화학결합 구조가 원래대로 복구되려는 성질 때문이다. 연구진은 "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미터) 수준에서 복잡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버려지는 모직물 속에서 케라틴을 추출해 실처럼 뽑은 후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직물 조각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직물이 형상기억 기능을 가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직물을 물속에서 별 모양으로 접어 모양을 기억시켰다. 물밖에 꺼내 고르게 편 후 김밥 모양으로 돌돌 말았다. 물기가 마른 직물은 모양이 변형됐지만, 다시 물속에 넣자 수 초만에 별 모양으로 되돌아갔다. 처음 환경(물)에서의 모양을 기억한 것이다.

케라틴으로 뽑은 실을 길게 늘린 모습(위)과 수초 뒤 원래 길이로 되돌아가는 모습(아래). 오래 입어도 늘어나지 않는 옷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섬유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신관우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옷과 속옷을 한 가지 사이즈로 만들어도 체형에 따라 크기와 모양을 조절할 수 있거나, 옷의 통풍량을 계절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하는 일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의류뿐만 아니라 크기와 모양이 변하면 안 되는 생체 삽입물이나 수술용 실 같은 의료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의류산업의 폐기물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신 교수는 "재활용하는 데서 얻는 이익이 제조 비용보다 높아 경제성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터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