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정쟁 대상 만드는 저의가 있다"
"검찰 믿고 그냥 차분하게 기다리면 될 일"
정청래 "김치찌개 빨리 달라는 게 청탁이냐"
김진애 "국회가 마치 흥신소 직원이 모인 듯"
진중권 "소설이라더니... 결국 제2의 조국 사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이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 등 야당이 특임검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 "검찰 수사 능력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 문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추 장관이 책임지면 되는 일"이라며 "(지금은) 검찰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오른쪽)과 함께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양 최고위원은 '하지만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통해서 수사 방해를 한다는 의혹도 있다'는 지적에는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넘겨짚어 추측하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추 장관이 직무배제를 요청해야 한다는 야권 주장에도 "수사 방해"라며 "차분하게 기다리면 될 일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될 일"이라고 했다.

추 장관의 아들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추 장관의 행보를 우려하던 여당 내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닷새 전인 지난 2일 당내 소신파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이 "교육과 병역의 문제야말로 우리 국민에게 역린의 문제이고, 공정과 정의의 중요한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이후로 추 장관 의혹을 놓고 당 내에서는 다른 목소리 나오지 않고 있다.

◇ "추 장관 사태, 정쟁으로 만드는 저의 있다"

이런 기조의 변화는 추 장관 아들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진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모두발언에서 추 장관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와 빗대며 사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려서는 안된다'는 기조가 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장관이) 초기 대응에서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 보면 (사퇴할 정도로) 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에 나와 "추 장관에 대한 공세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 야당이 추 장관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검찰개혁을 흔들어 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드는 총장이니 수사를 허투루 하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국난의 골든타임에 정치권이 불필요한 정쟁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 "(이번 사안을 야당이) 정쟁 대상으로 만드는 저의가 있다"고 했다. 이런 말들을 종합하면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야당의 정치공세이니 밀려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김종민 최고위원 등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는 전날 추 장관을 전직 대표 신분으로 당 상임고문에 위촉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척점에 있는 추 장관을 함부로 교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배경도 있다. 추 장관이 낙마하면 이른바 '개혁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TBS 라디오에 나와 추 장관 측 보좌관이 군에 청탁 전화를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 "아들과 보좌관이 친하니까 엄마가 아니라 보좌관 형한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어봤다는 것"이라며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라고 했다.

추 장관이 주도한 검찰개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당 차원에서 의혹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검찰개혁을 반대하려고 추 장관을 공격하는데 왜 손을 놓고 있느냐", "추 장관 혼자서 검찰개혁에 힘쓰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추 장관 측은 의혹에 대해 직접 대응에 나섰다. 추 장관 아들 측 변호사이자 민주당 법률지원단에 있는 현근택 변호사는 이틀에 걸쳐 라디오에 나와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등을 온라인에 게시한 보수성향 유튜버와 인터넷 카페 운영자 10여 명을 경찰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이 민간인을 형사소송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추 장관측 해명 때마다 추가 폭로...여권 부담

하지만 국회 상임위 회의와 대정부질문 등에서 추 장관의 아들 의혹이 계속 언급되는 것은 부담이다. 전날(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설명을 하자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으면 의사진행발언만 해 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여권은 추 장관을 보호하면서도 이번 사안이 제2의 조국사태로 확대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 장관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던 보좌진의 군 부대 전화 통화가 '사실'이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거짓말 논란까지 일었다. 여기에 통역병 선발과 자대배치 등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다는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는 민생입법을 우선 처리하는 것으로 했다"고 했다. 여야 갈등이 첨예한 사안들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는 뜻이다.

◇ 진중권 "소설이라더니 제2의 조국사태로"

그러나 야권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추 장관 측이 해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카투사는 육군 규정이 아니라 미군 규정을 따른다고, 이게 다 언론 탓이란다"며 "민주당 역시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며 적극 엄호에 나섰고. 조국 사태랑 똑같이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추 장관의 보좌진이 딸의 유학 비자와 관련해서 청탁했다는 의혹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고 "공직자의 권한은 공적인 일(res publica)을 하라고 준 것"이라며 "그 권한 자기 딸하고 아들 편의 봐주는 데에 쓰라고 준 거 아니다"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세상에 헌법을, 무시하고 공화국을 부정하는 분이 법무부장관"이라며 "(추 장관이) 조국하고 얼굴 두께를 경쟁 하려고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소설이라더니, 결국 제2의 조국사태가 되고 말았다"며 "한 사회의 ‘정의’를 무너뜨리는 이들이 ‘정의부’(법무부)의 장관을 한다는 게 이 사회의 희극이자 비극"이라고 했다. 이어 "엄마도 문제지만 아들도 한심하다. 자기가 해 달라고 했으니 엄마가 해줬겠지. 군대가 유치원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