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리스트' 손정의, 美 기술주 대량 매입
美 대기업 매집하던 버핏은 처음으로 日주식 사들여
전례없는 코로나 위기에 투자원칙 재정비 나선 큰손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과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이 코로나를 계기로 수십여년 간 고수해오던 독자적인 투자 원칙과 동떨어진 결정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

6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8월 이후 미국 아마존,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콜옵션(주가가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40억달러(4조8000억원) 규모로 샀다.

이 결정은 내부 관계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이 지시해 이뤄졌다고 FT는 전했다. 2000년대 닷컴 버블로 미 증시가 폭락했을 때 700억달러(83조원)를 잃었던 경험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 손정의, 스타트업 투자손실 美 기술주로 메웠다

대형 기술주 투자는 손 회장이 그동안 고수했던 투자 원칙과는 정반대다.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해왔다. 그렇게 투자했던 신생 벤처기업 알리바바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런 과감한 투자방식에 적신호가 켜진 건 2017년 부동산 공유 서비스 기업 위워크(WeWork) 투자 때부터다. 손 회장은 직접 만든 기술투자펀드 '비전펀드'를 통해 위워크에 최소 185억달러(22조원)를 투자했는데 사업모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기업가치가 급강하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업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의연했던 손 회장은 코로나 여파로 비전펀드가 21조원의 손실을 내자 방향을 전환 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소프트뱅크, T모바일, 알리바바 등을 매각해 4조5000억엔(50조원)의 유동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확보한 현금 상당수는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넷플릭스 등 미국 대형주를 매입하는 데 들어갔다. 6월 말 기준 주식 보유규모는 아마존 10억달러(1조2000억원), 알파벳 4억7500만달러(5600억원), 어도비 2억4900만달러(3000억원) 순으로 많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기준인 1억달러 이상 미국 상장주를 보유한 게 처음이다.

손 회장은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시장에서 쉽게 팔 수 있는 매우 유동적인 기업을 선택했다"며 "그 외에도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도 할 예정이다. 시장의 변동성에 맞춰 위험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워런 버핏, 처음으로 일본 상장기업 주식 매입

세계적인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그동안의 원칙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결정을 해 화제가 됐다. 지난 1년 간 일본의 5대 무역상사 주식을 60억달러(7조1000억원) 규모로 투자한 사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알려진 것이다. 버핏이 일본 상장기업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버핏은 보유한 자산이나 실적 대비 주가가 저렴한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있다. 주식 포트폴리오는 미국에 편중 돼 있다.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크래프트하인츠 5개 회사에 투자한 금액이 전체 보유주식의 70%를 차지한다.

그런면에서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하는 상사와 같은 기업은 버핏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투자처였다. 오랜기간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고 목표한 성과가 날지 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에 지나치게 편중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속도가 느린 일본 주식시장에 눈을 돌렸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