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브라우저 전무하던 국내 시장
네이버 '웨일' 점유율 지속 상승… 1년 새 1%→4%
"韓 특화 브라우저"... MS 익스플로러 점유율 반토막도 기회
한 번 쓰면 안 바꾸는 브라우저 시장 특성 극복하는 게 과제

그동안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은 외산 일변도로 국산이 발 디딜 틈 없는 영역이었다.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독식하다시피 하다가 2010년 전후로 지각변동이 일어나 현재는 구글의 크롬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들어 거대 외산에 맞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토종' 웹브라우저가 등장했다. 네이버에서 만든 '웨일'이다. 2017년 3월 처음 출시된 웨일은 국내 이용자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7일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 8월 데스크톱 기준 네이버 웨일의 국내 점유율은 4.7%로 크롬(70.93%), IE(11.11%), MS 엣지(6.88%)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출시 이후 작년 초까지 2년가량 1%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1년 사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데스크톱 포함 태블릿과 모바일을 합친 통합 점유율 기준으로는 6.78%로 여기선 IE(5.91%)나 엣지(3.66%)보다 앞선다. 특히 모바일 부문 이용자 수 증가가 돋보인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웨일의 모바일 버전 월간 활성이용자(MAU)수는 작년 8월 11만6000여명에서 올 8월 21만400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웨일은 크롬, 엣지와 같은 ‘크로미엄’ 기반으로 개발된 브라우저다. 크로미움은 구글이 개발한 오픈소스 기술이다. 웹 브라우저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이 ‘크로미움 프로젝트’ 안에 넣고 자기 스타일에 맞게 만드는 것이다.

네이버는 여기서 국내 이용자들이 보다 쓰기 편한 방향으로 브라우저를 꾸몄다. 예컨대 국내 관공서 등에서 많이 쓰는 한글파일을 크롬이나 IE에서 보려면 따로 다운로드한 뒤 한글과컴퓨터 오피스나 뷰어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웨일에서는 그럴 필요 없이 브라우저 안에서 곧바로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웨일에 탑재된 번역기 ‘파파고’도 다른 해외 번역기에 비해 한국어를 최우선으로 하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예컨대 사흘을 번역할 때 다른 데서는 ‘사’를 숫자 4로 보고 잘못 번역한 경우가 있는데 파파고는 사흘을 3일로, 나흘을 4일로 정확히 구분한다"며 "이 밖에 존댓말을 넣는다거나 한국 유행어도 반영하는 등 최대한 한국인이 느끼기에 최대한 한국어 같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올 8월 기준 데스크톱에서 쓰는 브라우저로는 크롬이 70.9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고, 네이버 웨일은 4.7%로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웹 브라우저 강자였던 MS가 새 버전인 엣지에 집중하기 위해 IE를 축소해 나간 것도 웨일의 점유율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MS는 앞으로 가장 최근 버전인 IE 11(2013년 10월 출시)에서 ‘팀즈’나 ‘365앱’ 등 각종 툴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각종 보안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만큼 사실상 서비스 종료나 마찬가지다. 실제 웨일의 점유율이 1%대에서 4%대로 올라갈 때 같은 기간 IE의 점유율은 20%대에서 10% 초반으로 반토막 났다.

IT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이 한 번 브라우저를 선택해 쓰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다른 브라우저로 바꾸지 않기 때문에 웨일이 점유율을 계속해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선 IE 사례처럼 이용자들이 기존 브라우저를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야 다른 브라우저에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구글의 크롬이 IE를 앞지르게 된 것도 2014년 8월 MS가 IE 구버전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영향이 컸다. 당시 막 출시된 IE 11을 강제하려던 MS 정책에 이용자들의 반발하며 크롬으로 갈아탄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브라우저가 (경쟁사의) 피치못할 사정 등이 있지 않고서는 점유율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건 맞다"며 "그럼에도 웨일은 이용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꾸준이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글파일이나 파파고 등 편의성이 높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웨일이 국내 보안에 있어서 탄탄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고 싶다"며 "다른 브라우저들보다 국내 보안 이슈는 데이터베이스(DB)가 훨씬 많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즉각즉각 업데이트 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