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부품업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부평공장.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국GM 노조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조합원 80%가 찬성했다.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한 셈이다.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중 6955명이 참여해 89.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노조는 사측과 추가 교섭을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7월 22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노사가 7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지난 2일 실무교섭 이후 임단협 결렬 여부를 논의 중이다. 당초 지난달 28일 4차 실무 교섭 후 임단협 결렬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한 번 더 실무교섭을 진행 후 결정하자"는 내부 의견에 따라 이날 실무 교섭 후 교섭 위원들의 판단 아래 결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닛산 로그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오는 9~10일 ‘민주노총 가입 찬반’과 관련한 조합원 투표를 위해 사전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는 지난 3월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다가 조합원 반대 여론이 커서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파업 찬반 여부까지 함께 투표하면서 민주노총 가입 동력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도 "사측이 시간끌기식으로 교섭을 지연한다면 투쟁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파업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과 성과급뿐 아니라 별도요구안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부품업체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100곳 중 73곳이 상반기 직원을 줄였고, 절반이 넘는 55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5개 자동차 업체의 8월 국내·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한 58만885대였다. 특히 르노삼성은 전년 동기 대비 26.6%가 줄었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 3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지난달에는 지난해 수준을 소폭 상회하는 정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