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을 둘러싼 논쟁이 일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10%'라는 점을 내세워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매우 양호하다"고 주장한다. 'OECD 평균'은 과연 적절한 비교 대상일까.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0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이면 58.3%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60%를 넘어설테지만 'OECD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양호한 수준처럼 보인다.

하지만 OECD 평균을 구성하는 회원국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히려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저성장과 국가채무 급증이 맞물리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는지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을 만한 국가가 상당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피그스(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이끈 이들 국가들은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이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는 시점에 이들 국가들은 급격하게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대응해 나갔다. 유로화 단일통화의 맹점이나 금융 부실 등 복잡한 속사정을 감안하고서라도 재정지출이 과도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들은 여전히 성장률이 1~2%대에 불과한 저성장 국가다. 더군다나 한 번 늘린 재정지출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국가채무비율은 2010년 100.2%에서 지난해 135.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는 119.3%에서 134.8%, 그리스는 146.2%에서 176.5%, 스페인은 60.5%에서 95.5%로 올랐다. 그나마 지난해 성장률이 5%대에 달했던 고성장 국가 아일랜드 만이 감세와 규제철폐 등 각고의 노력 끝에 100%를 넘어서던 국가채무비율을 50%대까지 낮췄다.

'평균의 함정'은 최저· 최고점 보다 평균점을 내세우면서 벌어지는 오류를 말한다. 정부가 OECD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인지, 평균의 함정을 이용해 '성장 없는 확장재정'을 합리화하는 것인지 알 길은 없다. 집권 후 4년간 정부 지출을 매년 8.5%(본예산 기준)씩 늘리면서도 성장률이 3%대에서 2% 턱걸이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합리화시키고 싶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분명한 것은 피그스와 같은 재정위기 국가는 물론 기축통화국인 선진국이 다수 속한 OECD 평균은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본 받아야 할 지향점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저성장·고령화로 진입한 우리나라가 가지 말아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