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첫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2’를 최대 8000만대 출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이폰12 수요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칫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막히면 이 계획이 틀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협력 공급 제조사에 주문한 5G 아이폰 위탁생산 물량이 최소 7500만대에 이른다.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은 최근 신규 직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여러건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올렸다.

아이폰12 렌더링 이미지.

이는 애플이 코로나19 사태 전 잡았던 생산 예상치와 비슷한 규모로,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공격적인 행보다. 애플은 원래 매년 9월 말 새 아이폰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아이폰12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출시일이 몇 주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은 2018년이나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 규모를 잡고 있다"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출시했던 ‘아이폰11’이 중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린 것과도 연결된다. 애플은 전작들보다 가격을 낮춘 아이폰11 시리즈를 통해 지난해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에 있는 애플 스토어 앞에 화웨이 광고물이 서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1 출시 후 작년 4분기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4%로 화웨이(35%), 비보(17%), 오포(16%)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가성비의 샤오미(9%)를 제친 것이다.

올해 들어 샤오미가 다시 역전했지만, 애플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서 8%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규모를 감안할 때 애플 입장에서 매우 큰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애넷 짐머만 가트너 연구부사장은 "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을 거둔 이유 중 하나로 중국 내 사업환경 호조로 인한 매출이 증가"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최근 미⋅중 갈등 심화가 아이폰12 성공의 주요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틱톡을 넘어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중국명 웨이신) 제재를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6일 텐센트와의 거래를 전부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위챗은 중국에서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 뿐 아니라 전자결제와 다양한 O2O(온오프연계) 서비스가 결합된 중국 국민 앱이다. 만약 애플이 아이폰에 위챗을 설치할 수 없게 된다면 중국 시장 자체를 잃게 되는 셈이다. 한국에서 출시된 특정 스마트폰이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을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8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의 최근 온라인 설문에서 120만명의 응답자 중 95%가 웨이신(위챗)을 쓰지 못하면 아이폰 대신 다른 스마트폰을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위챗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된다면 아이폰12 판매량은 10% 넘게 감소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아이폰으로 ‘아이폰 불매 경고’ 메시지를 올린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의 중국 기업 때리기가 계속된다면 중국인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넘어 중국 정부 차원에서 아예 금지할 수 있다는 예상미저 나온다. 실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미국이 위챗을 금지한다면, 우리도 애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투자은행 애널리스트인 팀롱은 "아이폰12에 대한 낙관론은 지나치게 과장되었고, 애플의 첫 LTE 폰인 아이폰5도 흥행에 실패했다"며 "올 하반기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아이폰11에 비해 500만대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