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5에 주문량 폭주했지만, 배달 지연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
60분 지연에 속 타는 사장님... 결국 '직접 배송'합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배달 주문이 급증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배달을 하고 있다.

"가족을 동원해 ‘직배(직접배송)’하기로 했습니다. 60분이나 지연된다잖아요." 성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계속되는 배달 지연에 직접 배달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선 위험하다고 반대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홀 매상도 올릴 수 없는데, 배달까지 안 된다니 이대로 죽을 순 없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음식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서 배달원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배달 주문이 한 달 전에 비해 약 12만건(25.8%)이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라이더 수는 1000명(7.9%) 증가세에 그쳤다. 1만3700여명의 배달원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최근 5000명의 라이더를 추가 고용한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배달원 부족 현상은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달앱 요기요는 지난 7월 배달 주문이 많은 서초, 강남 지역의 요기요플러스 배달 수수료를 6000에서 8000원으로 올렸고,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도 최근 서울 노원, 송파, 서초 지점의 배달 수수료를 500원씩 인상해 배달원 잡기에 나섰다. 소규모 배달대행 업체들도 요금 인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가 확산된 올 들어 7월까지 배달앱 결제 금액은 6조4000억원이다. 간편결제·현장결제·쿠팡이츠·카카오톡 주문하기는 제외된 수치로 실제 결제금액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난해 한 해 결제액(7조1000억원)과 맞먹을 거란 추정도 나온다.

지난 주말 배달 지연으로 휴점한 외식업주가 배달의민족 앱에 올린 공지.

하지만 배달 수요 급증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그나마 배달로 먹고사는데, 배달원 부족으로 주문을 놓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소통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라이더랑 친해져서 따로 배달을 부탁하라", "라이더가 갑이다. 비위를 맞춰야 한다"라는 글이 쉽게 발견된다.

급기야 장사를 포기하는 식당도 등장했다. 서울 장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한 건당 배달중개료(14~15%)와 배달대행료 3000~4000원을 들여 배달 장사를 하고 있다. 수익을 남기기도 빠듯하지만, 지난주부터 주말 장사를 포기했다. "배달 수수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배달이 안 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음식 배달이 늦어지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식당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주말 영업을 중단했다"고 했다. 이 사장은 최근 경력직 주방 직원을 들이고, 직배에 나섰다.

배달업체들은 배민커넥트, 쿠리어 등 일반인 배송을 늘려 배달원 부족 현상 해소하고 있지만, 사장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경험 없는 일반인들이 배달하다 보니 불안하다는 것. 한 식당 사장은 "기동성이 떨어지는 자가용로 배달해 배송이 지연되거나, 손님에게 불친절하게 응대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웬만하면 일반인 배송은 안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외식업주들은 배달앱 및 배달대행의 과당 경쟁이 배달원 품귀현상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배달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프로모션이나 할증을 더하는 식으로 수수료를 올리다 보니, 배달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1일 서울 무교동에서 한 배달원이 자전거를 이용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경우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1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해도, 1만5000원을 수수료로 지불하는 프로모션을 펼쳤고, 거리가 멀거나 비가 올 땐 할증을 더 해 한 콜당 2만원대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로 인해 배달앱 이용률이 급증한 지난달 30일에는 하루에만 47만원을 번 배달원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라이더들 사이에선 쿠팡이츠 콜만 잡으려는 이들이 생겼고, 경쟁업체들은 배달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에 배민은 배민라이더스 신규 배달원 1명당 최대 100만원의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고, 요기요는 신규 배달원에 최대 2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식으로 맞섰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배달시장이 커진다면 배달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우려한다. 배달시장은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어도 뛰어들 수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다. 처음엔 스타트업들이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고 배달 수요가 늘자 중소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경쟁이 심화되자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배달시장을 일군 배달의민족은 요기요, 배달통 등을 지닌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손을 잡았다. 배민의 경우 합병이 성사되면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 위메프 등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화상태인 배달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 배달 사업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낙관론이 확고해졌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시장 점유율을 높여 비용을 줄이는 ‘규모의 경제’를 따르기 때문에, 점유율 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을 남발하다 보면,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한 사장은 "배달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푸념했다. 그는 "예전엔 배달 직원 하나를 두고 알콩달콩 장사를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큰 비용을 쓰면서도 배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땐 고객에게 배달료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철 한국외식중앙회 국장은 "배달원 부족으로 배달 거부 및 지연, 음식 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고객만족도가 떨어지고, 배달앱 평점이 낮아져 매출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어렵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도,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은 모두 자영업자가 지는 구조라 상인들의 부담감이 더 가중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