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0주년 샤오미,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
2018년 7월 홍콩 상장 후 부진했던 주가, 최근 만회
中 경쟁사 화웨이의 위기가 샤오미엔 기회
가성비 폰에서 프리미엄 폰으로 확장
앞으로 10년 핵심 전략은 '스마트폰 X AIoT'
"앞으로도 스마트폰이 사업 핵심"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2년 연속 뽑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雷軍)은 11일 창업 10주년 기념사에서 잊을 수 없는 세 번의 순간 중 하나로 주식시장 상장을 꼽았다. 그는 2018년 7월 샤오미의 홍콩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상장 첫 날 주식을 산 사람의 수익률이 두 배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다짐은 2년 넘게 지켜지지 않았다. 샤오미 주가는 2018년 7월 9일 기업공개(IPO) 이후 줄곧 공모가(17홍콩달러)를 밑돌았다. 거래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16.60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16.80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이후 약 3주간 공모가보다 높게 거래된 것을 제외하곤 샤오미 주가는 이달 중순까지 약 2년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창업 10년을 맞은 샤오미의 레이쥔 최고경영자가 앞으로 10년간의 핵심 전략으로 ‘스마트폰 X AIoT’를 제시했다.

샤오미의 가장 큰 수입원은 스마트폰인데,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오포, 비보 등에 밀린 영향이 컸다.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점유율은 10%로, 화웨이(46%), 비보(16%), 오포(16%)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샤오미(10%)는 화웨이(20%), 삼성전자(20%), 애플(14%)에 이어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최근 샤오미를 둘러싼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같은 중국 회사이자 스마트폰 부문 경쟁사인 화웨이가 미국 정부 제재로 옴짝달싹 못 하는 사이, 샤오미가 치고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샤오미 스스로도 해외에서 값싼 스마트폰 대신 성능과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폰 판매를 늘리며 존재감을 키웠다.

샤오미 공동 창업자 레이쥔 최고경영자는 “내 꿈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휴대전화를 만들고 절반 가격에 팔아 모든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28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샤오미 주가는 전날 대비 5.39% 오른 22.5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샤오미 주가는 8월 한 달간 52% 상승했고, 올해 전체로는 8개월간 98% 올랐다. 샤오미는 9월 7일부터 알리바바 등과 함께 홍콩 증시의 주요 지수인 항성지수에도 포함된다. 항성지수와 연동된 ETF(상장지수펀드) 자산 규모만 197억 달러(약 23조3000억 원)에 달해, 샤오미로 투자금이 더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26일 공개된 샤오미의 2분기(4~6월) 실적은 금융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2분기 순이익은 44억9000만 위안(약 774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분기 매출은 535억 위안(약 9조2000억 원)으로 3.1% 늘었다.

샤오미 최고경영자 레이쥔 뒤로 ‘뜨거운 피가 끓어오른 10년’이란 문구가 보인다.

샤오미 매출의 3분의 2는 스마트폰 판매에서 나온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스마트폰 2830만 대를 팔았다. 지난해 2분기(3210만 대)보다 380만 대 줄었다.

하지만 샤오미는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진 데 의미를 뒀다. 2분기 샤오미의 해외 매출은 1년 전 대비 10% 늘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44.9%로 높아졌다. 특히 이 기간 해외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매출은 99.2% 증가했다. 유럽 시장 점유율은 3위, 그중에서도 스페인에서 1위, 프랑스에서 2위를 할 정도로, 유럽에서 프리미엄 폰이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게 샤오미의 설명이다. 인도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2018년 7월 9일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2020년 8월 28일까지 샤오미의 주가 흐름.

2분기 실적 공개 후 중국 국내외 20여 개 증권사가 샤오미 목표주가를 올렸다. 일부는 주식을 사라는 의미로 투자의견도 ‘매수’로 높였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화웨이는 스마트폰 경쟁우위를 잃게 될 것이며, 이는 샤오미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올릴 기회라는 뜻"이라고 했다.

샤오미는 저렴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마트폰을 내세워 회사를 키워 왔다. 여기에 가전제품 등의 사물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광고·게임 등을 포함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사물인터넷만 하더라도 TV,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홈카메라 등 안 파는 것이 없는 만물상이다.

10년 전 샤오미가 휴대전화 제조 사업에 뛰어들 당시 주류였던 휴대전화 제품. 삼성, LG 휴대전화가 눈에 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 동안에도 회사 성패를 가르는 것은 스마트폰일 것이란 게 레이쥔 CEO의 생각이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개인 이동 컴퓨터 센터이고 사람이 사용하는 시간이 가장 길며 시장 규모도 가장 큰 기기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레이쥔 CEO는 16일 "앞으로 10년간 샤오미의 핵심 전략은 ‘스마트폰 X AIoT’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샤오미가 창업 10주년을 기념해 중국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미10 울트라, 레드미 K30 울트라, 미 TV LUX 투명 에디션.

AIoT는 인공지능 기반 사물인터넷을 말한다. 스마트폰과 AIoT 플랫폼 연결이 샤오미 생태계 확장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6월 말 기준 샤오미 IoT 플랫폼에 연결된 IoT 기기(스마트폰·노트북 제외) 수는 2억7100만 대로, 1년 전 대비 38% 증가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최고경영자는 창업 10주년을 맞아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하루 10km 걷기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샤오미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기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6월 말 기준 300개 이상 회사에 투자했다. 주로 핵심 부품 공급사나 5G(5세대 이동통신) ·IoT·AI·반도체·첨단제조·산업인터넷 등 첨단 산업 관련 기업이 투자 대상이다. 샤오미는 최근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술·미디어 산업을 총괄하던 알레인 람을 최고재무책임자로 영입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미 경제지 포천이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 2년 연속 들었다. 지난해 468위로 첫 등장한 이후 올해 422위로 순위가 높아졌다. 레이쥔 CEO는 ‘500강 입선’을 10년간 잊을 수 없는 세 번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