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30일 시행되면서 서울 주요 대형쇼핑몰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다.

30일 찾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과 반포동 신세계 센트럴시티, 용산아이파크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서울 주요상권은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와 감염에 대한 공포감으로 유동인구가 급감했다. 코엑스몰 푸드코트나 신세계 파미에스테이션 식당가, 타임스퀘어 식당가는 이용객이 전혀 없는 수준이었고,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만 마트에 몰렸다. 영화관이나 아쿠아리움, 서점가에도 소비자 발길이 끊겼다.

30일 오전 찾은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도서관

서울 주요지역 대형쇼핑몰은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대형쇼핑몰은 직접적으로 영업규제를 받진 않지만, 쇼핑몰 내 식당가나 커피 전문점은 영업 제한을 받는다. 쇼핑몰 내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에서 음식과 음료 섭취를 할 수 없고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음식점과 제과점은 오후 9시부터 야간 영업이 제한된다.

코엑스몰의 관리대원 배세인씨는 "지난 주말과 비교했을 때 내방객이 70~80% 줄었다"면서 "신천지 발(發) 코로나 확산으로 두려움에 떨었던 2~3월보다도 내방객이 크게 감소했다"고 했다. 배씨는 이어 "언론 등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계속 경고하고, 정부에서도 되도록이면 집에 머물라고 공지한 영향인 것 같다"고 했다.

코엑스몰 내에서 이벤트를 벌이는 한 매장은 직원 서너명이 있었으나 찾는 손님이 없어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알바생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게 솔직히 염치없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30일 코엑스몰 푸드코트. 일요일 점심시간대임에도 식사 중인 고객이 한명도 없었다.

식당가 또한 오후 1시쯤임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식당가의 아르바이트생인 김모씨는 "밥을 먹으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다 보니 손님들이 더 찾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인적사항을 적어야 해, 이를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타임스퀘어 식당가 또한 점심시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썰렁했다. 한 프랜차이즈 중식당은 30개 테이블 중 27개가 비어있었다. 매장 내 손님과 직원 수가 엇비슷한 곳이 많았다. 주방장과 직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근심어린 표정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탈리안 프랜차이즈 식당 관계자는 "8월 초보다 점심시간 방문객 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지난주부터 이런 상태"라고 말했다. 영등포시장 내 음식점 주인 김모(62)씨도 "2.5단계 실시 이전부터 손님이 아예 8월 초보다 손님이 절반정도로 줄었다"며 "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의자와 테이블을 한쪽으로 몰고 영업을 하는 커피·케이크 전문점 관계자는 "개장한지 2시간이 지났는데도 개시조차 못 했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3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카페. 테이크아웃 동선 가이드라인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영화관도 사람이 없었다. 용산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관람한 이모씨는 "100여석 되는 영화관에 손님은 우리 가족뿐이었다"면서 "무료 티켓이 있었고 더 이상 연장이 안된다고 해서 걱정하면서도 찾았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평상시엔 줄을 서야 했던 메가박스 코엑스점 발권 창구에도 아예 사람이 없거나 한두명만 표를 사고 있었다. 인근 점포의 한 관계자는 "어제부터 아예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시행해야 정상화될 수 있을 테니 참고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29일 용산 롯데시네마 영화관 내 모습. 토요일 저녁시간대임에도 텅텅 비어있다.

임대료를 내고 장사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위기감은 프랜차이즈 직영점 직원들이나 대형몰 관계자들에 비해 컸다. 신세계 센트럴시티 지하의 고투몰에서 옷을 파는 한 소상공인 최모씨는 "한달에 임대료만 수백만원을 내야 하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어떡해야 할지 걱정"이라면서 "코로나가 아니라 방역 대책 때문에 죽게 생겼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투몰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문을 닫은 점포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영등포지하상가 주인들도 줄어드는 유동인구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10년째 옷장사를 한 김모(52)씨는 "매장 찾는 손님이 전주보다 60% 정도 줄었다. 장사가 안돼서 쉬는 사장님들이 많다"며 "어제도 2시간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30일 찾은 고투몰(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과 영등포지하상가. 평소 발 비빌 틈 없이 붐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동인구가 적었다.

다만 대형마트는 생필품 수요 때문에 그런대로 소비자들이 찾는 모습이었다. 30일 찾은 홈플러스 잠실점, 롯데마트 서초점 등의 대형마트 또한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전날(29일)에는 예년보다 손님이 많았다고 각 대형마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있었던 셈이다.

홈플러스 한 관계자는 "29일 객수는 예전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면서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30일자로 시행됐기 때문에 29일 선방이 일시적인 것인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