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집값과 전셋값 모두 전국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시 전용면적 84㎡ 아파트 가격은 10억원을 처음 넘어서 11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8일 KB부동산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세종시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6.44% 상승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종시 주택 전셋값 역시 전달보다 3.96% 오르면서 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내내 세종시 아파트값은 23.07% 올랐다. 이 또한 전국 최고치다.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을 보면 폭은 더 커진다. 세종시 아파트는 이번달 평균 매매가격이 4억5569만원으로 작년 12월 평균 매매가격(3억222만원)보다 50.78%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60% 올랐다.

세종시 아파트 단지 전경.

◇ 행정수도 이전설에 세종 전용 84㎡ ‘10억 클럽’

최근 들어 세종시 집값이 많이 오르는 이유로는 먼저 행정수도 이전설이 꼽힌다. 지난달부터 여권 고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이 언급되자 세종 집값이 급등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면서 ‘천도론’을 제시했다. 정부도 "국회에서 여야 공감대를 만들면 추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답변한 이후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하지만 세종 집값은 지난해 연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인근 대전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투자 수요가 세종으로 옮겨붙은 여파다. 이후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 규제가 강해지며 잠시 거래가 주춤해졌는데 여당의 행정수도 이전설로 다시 불이 붙은 셈이다.

세종시 집값이 치솟으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특별공급 분양을 받은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은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보는 상황이다. 세종시에 아파트 특공을 받았느냐, 어느 단지를 분양 받았느냐에 따라 공무원들 사이에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한다.

세종시 A 공인 관계자는 "행정수도가 이전될 수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세종시에 문의가 크게 늘었다"면서 "집주인들은 매물을 다시 거두기도 하면서 매매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세종시에서는 처음으로 전용 84㎡가 10억원을 넘어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 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달 27일 11억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7일 거래(9억3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비싼 가격이다. 지난해 말 매매된 가격(6억7500만원)과 비교하면 4억2500만원 상승했다.

다른 단지도 신고가를 여럿 경신했다. 새롬동 새뜸마을 14단지 전용 98㎡는 지난 4일 13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지난 5월 직전 매매가(9억5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보람동 ‘호려울마을 10단지 중흥S클래스’ 전용 109㎡는 14억7000만원에 거래돼 15억원을 눈앞에 뒀다.

세종시내 아파트 전경.

◇ 입주 물량 줄면서 세종 집값 상승 부추겨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우선 연말까지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 입주 물량은 2015년 1만7382가구로 정점을 찍는 등 매년 1만가구 이상이었다. 2018년에도 1만4000여가구에 이르렀던 입주 물량은 올해 절반 수준인 5600여가구로 줄었고, 2021년도 7668가구 정도로 감소할 예정이다.

인근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세종시 집값이 쉽게 꺾이지 않을 요인이다. 세종시 B공인 대표는 "세종시에서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가 10년 된 아파트"라며 "인근 지역인 대전의 경우 대부분 낡은 아파트인데도 세종시 아파트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세종시로 이주하려는 수요도 꾸준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시 아파트값이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단기간에 급등했다"면서 "하지만 세종시 5·6생활권 관련 개발 소식도 있고 인구 유입도 많아 당분간 가격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세종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이 세종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전·청주·공주 등 주변 지역 수요가 계속 몰리고 있다"면서 "직주근접이 해결되는 데다 도시가 형성된지 10년 정도 지나면서 인프라도 거의 완성돼 주변 도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