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위 자화자찬 했지만… 한은, 올해 성장률 1.1%P 하향
내년 성장률은 기본 2.8%·최악 1.2%… 모두 OECD 최하위권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1.3%로 전망하자 정부가 기대했던 'V자 반등'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3분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를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1%포인트(p) 넘게 낮췄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전망치는 -2.2%로 전망됐는데, 이마저도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한은은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세도 2%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전년대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내년에도 눈에 띄는 반등을 보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정부의 전망치(3.6%)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장률 1위"를 자화자찬한지 약 보름 만의 일로, 내년 성장률은 OECD 37개국 중 하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확장 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과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관적 성장률 -2.2% "3단계 격상 반영 안해"

한은은 27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3%로 석 달 전(-0.2%) 대비 1.1%P 낮춰 잡았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반영해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부진해질 것으로 본 것이다.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 5월 -1.4%에서 -3.9%로 내려잡았고, 예상을 밑도는 수출 회복 흐름을 반영해 상품수출 전망치도 -2.1%에서 -4.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률 전망을 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대응이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전제했다"며 "우리 수출, 국내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조정 이유"라고 말했다.

한은의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여타 전망기관에 비해서도 상당히 비관적인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0.5%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비관시나리오상 성장률은 -2%대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지난 5월에 이어 이달에도 성장률을 낙관·기본·비관 시나리오로 나누어 발표했는데, 올 겨울까지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진다는 비관 시나리오 상의 성장률은 -2.2%로 제시했다. 석 달 전 비관 성장률 -1.8%에서 눈높이를 더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만약 3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실행된다면 추가적인 하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웅 조사국장은 "이번 경제 전망 시나리오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전제로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역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지난 6월초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0.1%로 전망하면서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6월 초에 발표한 (올해 성장률) 목표(0.1%)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2.8% OECD 37개국 중 '하위권'

한은이 이처럼 성장률을 대폭 하향하자 지난 11일 OECD가 한국 성장률을 -0.8%로 전망한 직후 "올해 성장률이 OECD 1위, 선방하고 있다"고 했던 정부가 머쓱하게 됐다. 당시에도 지난해 성장률(2.0%)이 2%대 턱걸이를 했던 만큼 전년대비인 성장률 전망치로 자화자찬해서는 안된다는 비판 의견이 많았다.

한은이 내놓은 내년 성장 전망은 더욱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기본 시나리오상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정부 전망치(3.6%)와는 더욱 격차가 벌어졌고, 재확산 사태를 반영했던 무디스 전망치(3.2%)보다도 낮다. 지난 5월 전망치(3.1%)를 기준으로도 OECD 37개국 중 34위 수준이었지만, 이달에 2%대로 떨어지면서 최하위권(35위)로 떨어졌다.

한은이 발표한 비관 시나리오상 내년 성장률은 1.2%로, 이를 OECD가 재확산(Double hit)을 전제로 한 성장률 전망치와 비교해보면 37개국 중 31위에 머문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내년 성장률은 OECD기준 하위권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동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확대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국내 재확산 정도가 크게 확대돼서 실물경기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커질 경우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기대되는 효과와 그에 따라 수반되는 부작용을 같이 따져보며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