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서도 재감염 환자 발생 보고
빠르게 변이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일각선 백신 무용론

최근 홍콩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도 재감염으로 확진된 케이스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가 결과적으로 이같은 재감염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각각 한 명의 환자가 코로나19 완치 이후 다시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로이터는 현지 연구진의 설명을 인용해 벨기에의 한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완치됐는데, 이후에 변이를 거친 다른 종류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벨기에 한 병원의 의료진이 혈액 샘플을 분석하고 있는 모습.

현지의 바이러스학자인 마크 반 란스트 루벤 카톨릭대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완치 이후 환자의 몸에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변형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최초 감염 이후 수개월 이후에 또다시 감염되는 이같은 사례가 더 많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재감염으로 추측되는 사례는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으나, 정식으로 확인된 건 홍콩에서의 사례가 처음이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재감염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 최초에 감염된 코로나19에서 변이된 코로나에 다시 노출돼 재감염된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됐었다. 국내에서도 재감염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중대본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재감염이 아니라 검사상의 오류로 판단한 바 있다.

문제는 이달 홍콩에서 한 환자가 4개월만에 재감염된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홍콩대 연구진은 지난 24일 국제 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한 논문에서 "젊고 건강한 남성이 첫 감염 후 4개월 만에 두 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후 전문가들은 홍콩에서의 사례가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도 연이어 비슷한 사례가 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지난 7월 이탈리아에서 발생했던 재감염 사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이탈리아에 거주하던 84세 여성은 첫 번째 감염 당시 무증상 감염 판정을 받은 뒤 회복됐지만, 재감염 후 심각한 감염 증세로 입원했다. 하지만 학술지에 정식 보고된 사례가 아니여서 첫 사례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이같은 재감염 사례들은 향후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나 빠른 주기로 변이해 재감염을 일으키는지, 재감염되면 증상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사례를 통해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콩대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백신이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이 몇 달 밖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백신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도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길어야 6~9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료 역량의 범위를 넘지 않을 정도로 확산을 막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