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에서 잇따라 불이 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체 광저우기차(GAC)의 ‘아이온(Aion)S’에서 지난 12일과 23일 연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5월 18일에도 같은 차량에서 불이 났다.

광저우기차는 아직 화재 원인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가장 최근 발생한 화재의 발화지점은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불탄 광저우기차(GAC) ‘아이온S’

아이온S에는 CATL의 ‘NCM 811’ 배터리가 탑재된다. NCM811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각각 80%, 10%, 10%씩 들어간 제품이다. 니켈 비중이 높으면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지만 안전성이 낮아진다. CATL이 안전성 문제를 기술적으로 극복하지 못해 불이 났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의 공장 수율은 45~55%에 불과할 정도로 불량률이 높은 편이다. 배터리의 니켈 함량을 높이려다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CATL은 그동안 안전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력이었기 때문에 NCM 기술 수준이 한국 배터리 3사 만큼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함량을 높이면서 안전성도 갖춘 NCM 811을 이미 지난 2018년 상용화했다. LG화학(051910)은 2018년 NCM 811을 전기버스용으로 양산해 공급했고 중국 판매용 테슬라 '모델3' 일부에도 NCM 811을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국내 서산, 중국 창저우, 헝가리 코마롬 공장에서 NCM 811을 생산하고 있다. 체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아크폭스 ‘마크5’에 NCM 811을 공급한다. 2023년에는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인 NCM 9½½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006400)도 내년 출시할 5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끌어올린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를 적용한다. 이 배터리는 BMW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되며, 공급 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최근 기술력 확보에 나선 CATL도 지난해 NCM 811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제품을 적용한 전기차에서 연이어 불이 나면서 아직까지는 한국 배터리 3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화학 24.6%, CATL 23.5%, 파나소닉 20.4% 순이었다. CATL은 지난해까지 일본 파나소닉과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2위를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올해 코로나19와 중국 전기차 시장 둔화의 영향으로 순위가 2위로 내려갔다. 삼성SDI는 6%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3.9%로 6위를 기록해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