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시장 연평균 15% 성장 전망
韓 조선사 해상풍력설치선 수주 기대감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전 세계 풍력발전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신규 풍력발전의 약 20%를 해상풍력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등 국내 조선사의 해상풍력설치선(WTIV)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해상풍력이 각광받는 이유는 해상에서의 풍속이 육상보다 높아 육상풍력보다 발전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해상에서는 바람을 방해하는 건물 등 장애물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용률이 높다는 장점도 갖췄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상풍력 전용 터빈의 크기와 발전용량이 개선되면서 해상풍력의 상업적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2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 모나코 선사 스콜피오벌커스(Scorpio Bulkers)와 해상풍력설치선 1척과 옵션 3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맺었다. 사업 규모는 약 2억9000만달러(약 3400억원)로 예상되며, 최종 수주계약은 오는 4분기 체결할 전망이다. 통상 선사들은 발주 전 단계로 조선소와 LOI를 먼저 체결하고, 큰 상황 변화가 없으면 대부분 최종 계약을 맺는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해상풍력설치선

해상풍력설치선은 해상풍력단지에 필요한 풍력터빈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특수목적선이다. 선체에 장착된 잭업레그(Jack-up Leg·승강식 철제 기둥)를 바다 밑으로 내려 해상에 고정한 뒤 대형 크레인으로 터빈을 설치하는 구조로, 선박보다 해양플랜트에 가깝다. 스콜피오 측은 "이번에 발주 예정인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풍력설치선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터빈 설치 선박 중 하나로, 현재 설계된 가장 큰 풍력터빈을 설치할 역량을 갖췄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선박은 1500톤급 크레인과 친환경설비를 갖추고 있다.

세계풍력발전협회(GWEC)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설치용량은 지난해 29기가와트(GW)에서 2030년 234GW로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6.6GW 해상풍력발전이 설치될 것으로 GWEC는 내다봤다. 글로벌 해상풍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조선사의 해상풍력설치선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만 해상풍력설치선 건조 경험이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연간 신규 해상풍력 설치용량 전망

해상풍력설치선의 대당 가격은 약 3400억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보다 1.5배 정도 비싼 고부가가치 선박이지만, 최근 10여년간 신규 발주가 없었을 정도로 발주가 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9년 독일 알베에이로부터 해상풍력설치선 3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0년 싱가포르 선주사로부터 해상풍력설치선 1척을 발주한 게 마지막이다.

그동안 풍력터빈 제조사들이 터빈 대형화 경쟁을 벌이면서 선주사들의 발주가 부진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풍력터빈 용량이 12메가와트(MW)급에서 한계에 도달하면서 선주사들도 이제 맞춰 발주를 재개하는 분위기다. 스콜피오 측도 "해상풍력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상풍력발전의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선박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선박설계사 울스텐도 앞으로 10년간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형 풍력터빈을 옮기고 설치할 수 있는 해상풍력설치선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울스텐은 "202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양 능력이 2000톤에 달하는 해상풍력설치선 50척이 필요할 예정인데, 현재 이런 능력을 갖춘 선박은 10척에 불과하며 그중 절반은 중국에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상풍력설치선이 특수선박인 만큼 대규모 발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수주가 늘어날 경우 건조 경험이 있는 한국 조선사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