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건부 산하 연구재단, ‘지방질방울’ 생성 억제 통한 치료 가능성 확인

왼쪽부터 정상 세포, 코로나19 감염 세포, 지방질방울 생성 억제제를 주입한 감염 세포를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감염되면 지방질방울(빨간색)이 많아지고 억제제를 주입하면 다시 감염 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파란색은 염색된 세포핵.

세포 속의 지방질(지질) 양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과 관련 있고, 지방질 생성을 줄이면 바이러스 증식도 억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브라질 보건부 산하 연구재단인 ‘피오크루즈(FIOCRUZ)’ 연구진은 지방질 생성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와 세포 염증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2일(현지시각)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방질방울’에 주목했다. 네이처의 한 논문에 따르면 지방질방울은 세포핵 주변 세포질에 들어있는 지방질 저장 기관이다. 단백질막으로 둥글게 둘러싸여 있어 그속에 체내 지방질을 저장할 수 있다. 에너지대사, 지질대사 등 세포의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체내 지방질이 많으면 하나의 세포에 여러 개의 지방질방울이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채취해 그속에 들어있는 지방질방울의 양을 비교했다. 지방질방울은 빨갛게 염색한 후 현미경을 통해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 결과 환자에게 더 많은 지방질방울들이 축적돼 있음을 발견했다. 이어 정상 세포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인위적으로 감염시킨 후 같은 비교 실험을 했더니 마찬가지로 감염 세포에서 더 많은 지방질방울들이 검출됐다. 세포 하나당 관찰되는 빨간색 면적은 감염 세포가 2~3배 넓었다.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세포 활동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증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숙주 세포의 활동을 바꿀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세포 활동 변화가 지방질방울의 과다 생성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지방질방울 생성 억제제 ‘A922500’ 주입량에 따른 세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역가) 변화. 주입량을 늘릴수록 바이러스 양이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방질방울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인 ‘A922500’을 10μM(마이크로몰농도) 만큼 감염 세포에 주입했더니 지방질방울의 양이 감염 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바이러스 양(역가)도 같이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약물 50μM 만큼 주입한 결과 바이러스가 거의 사라졌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세포 염증도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스스로 복제에 유리해지도록 세포의 지방질과 관련된 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지방질방울이 축적된다"며 "지방질 생성을 억제해서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지방질방울 대사에 바이러스가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신의 증식에 유리하도록 세포에 영향을 미쳐 지방질방울(LD)을 과다 생성하는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 지방질방울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중 ‘DGAT-1’이라는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 ‘A922500’을 세포에 주입하면 지방질방울 생성량과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양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