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커뮤니티서 모텔 찾는 게이머 즐비
모텔 등 숙박업소 '게이밍룸' 적극 홍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 19일부터 수도권 PC방 운영이 또 다시 중단됐습니다.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된 PC방 업주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성명을 통해 "운영 중단은 청천벽력과 같은 방침"이라며 "영업 중단에 따른 보상 대책 없이 PC방 업주와 직원은 하루아침에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PC방에 “금일 6시까지 운영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PC방 운영 중단에 고민인 것은 시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PC방 주 이용자층인 게이머들은 ‘대혼란’입니다. 사무용 노트북만 보유한 1인가구나, 집에서 게임하기엔 눈치(?)가 보이는 게이머들은 난감하기만 합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이용자들은 PC방 운영 중단으로 ‘동료와의 약속’을 저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많게는 수십명이 정해진 시간에 모여 적을 물리치는 ‘레이드’에 참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도 게임을 향한 열정은 막을 수 없나봅니다. 일부 게이머는 PC방 운영 중단에 숙박업소를 찾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숙박업소들은 고사양 PC를 갖추고 ‘배그(배틀그라운드)룸’ ‘커플 PC룸’으로 소개하며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일부 숙박업소는 숙박 앱 소개 사진에 게이밍룸을 전면 배치하는 경우도 보입니다. ‘모텔의 PC방화’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여기어때 제휴 모텔 중 20%에 달하는 1800여곳이 게이밍룸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야놀자는 ‘커플 PC 모텔 기획전’으로 고사양 PC를 갖춘 모텔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게임 커뮤니티 인벤에서 ‘모텔’을 검색한 결과. 모텔을 찾는 게이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PC방보다 다소 비싼 숙박비는 아깝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타인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언제든 누워 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21일 인벤 등 게임 커뮤니티에선 "PC방 대신 모텔에서 게임한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게이머들은 모텔 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숙박 결제로 할인을 받으면 3만원에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인천에 5인 PC룸을 갖춘 모텔을 알고 있다"는 식입니다.

"배틀그라운드 가능한 모텔이면 다른 게임을 설치해 즐길수도 있느냐", "PC방처럼 잘 돌아가느냐"고 묻는 게시물도 보였습니다. 이 게시물에는 게이밍 모텔에서 찍은 ‘인증샷’과 함께 "지금 묵고 있는데 잘 된다"는 답변도 달려 있었습니다. 모텔 업주라는 한 게이머가 "제가 운영하는 모텔로 오시라"며 "특실을 PC방 수준으로 꾸며놓았다"고 영업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기혼 게이머들은 "모텔 방문 내역을 가족에게 들키면 어떡하냐"는 고민(?) 상담을 나누기도 합니다.

게이밍 룸을 갖춘 일부 모텔은 PC방 운영 중단 이후 가격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돕니다. "월차를 내고 게임하러 고사양 PC가 있는 모텔에 왔는데 만실이다"는 게시물도 있었습니다. 가격 인상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날 오후 3시 서울 대표 모텔촌인 신촌의 게이밍 모텔들은 숙박 예약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의 ‘트루 게이밍’ 룸.

모텔을 넘어서, 호텔도 게이밍 룸 마련에 나서는 중입니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은 지난해 5월 MSI와 손잡고 게임 콘셉트 룸 ‘트루 게이밍’을 선보였습니다. 5성급 호텔이 PC 게이밍 룸을 갖춘 것은 국내 최초입니다. 메이필드호텔은 지난 19일부터 9월 18일까지는 게이밍 룸을 숙박용 대신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최근 숙박업소가 파티룸·넷플릭스룸·게이밍룸 등을 갖추며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언택트화에 발맞춰 이런 ‘콘셉트룸’의 인기가 더욱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