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체들이 올해 2분기 모처럼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감소했지만, 선박공급을 줄여 운임을 올린 덕분이다. 해운사들은 4분기에도 감편을 지속하면서 해운업황 회복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다수 컨테이너 선사들은 코로나19에도 실적이 개선됐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사인 머스크는 2분기 매출이 6.5% 감소했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A)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치(15억 7500만달러)도 훨씬 웃도는 17억달러를 기록했다.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속해있는 글로벌 해운사들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독일 하팍로이드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일본 컨테이너 합병법인인 원(ONE)은 재작년 4월 출범한 이래 역대 최대 분기 순이익(1억6700만달러)을 달성했고, 국내 해운사 HMM도 21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MSC의 1만TEU급 컨테이너선 MSC ‘NITYA B’호

해운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호실적을 발표했다. 물동량 감소를 선복량 감축으로 해결한 셈이다. 2M(머스크·MSC)과 디 얼라이언스는 2분기 선복량을 20% 이상 줄여 운임을 끌어올렸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4월 넷째주(818.16)에서 지난주 1167.91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해운업계는 실적 개선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영국의 해운조선기관 클락슨은 올해 글로벌 해상 물동량은 1억7981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전년보다 8.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HMM 관계자는 "3분기 해운 성수기를 맞아 물동량이 회복하고 있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라며 "글로벌 선사들이 생존을 위해 노선을 전략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운사들의 감편 전략은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 얼라이언스는 오는 9월 미주 동안과 아시아~북유럽 항로 노선을 10% 감편하기로 결정했다. 머스크와 MSC는 유럽~미국 노선 2개를 오는 9월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운업계 전문가들도 당분간 해운 시황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은 "과거 치킨게임을 했던 해운사들이 공급을 조절하면서 운임이 제자리를 찾고 흑자도 내게 됐다"면서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해운사들이 선박 공급을 조절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도 "선복량 감소로 아시아~북미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해운사들이 선박을 신규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며 "선박이 늘어나게 되면 운임이 더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