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 통합 승인한 日 공정위
"일본 시장만 보지 않겠다"며 시선 확대해 독과점 판단
韓 공정위는 "시장지배력 남용했다"며 심사보고서 전달
시장 범위 획정이 관건… 2008년 잘못된 제재로 大法서 패소하기도
"네이버 덕분에 소비자 편익 늘었는데 규제?"

국내 1위 포털기업 네이버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는지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막바지 심사에 들어가 조만간 최종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특히 최근 일본 공정위가 "일본 시장에만 국한해서 보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포털 야후재팬의 모회사 'Z홀딩스(ZHD)' 간 경영통합 승인 결정을 내려 국내 공정위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IT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20일 IT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9일 최고의결기구인 전원회의에서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운영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와 이에 따른 제재수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션, G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2018년 신고하고서 약 3년 만이다.

네이버는 특정 제품을 검색할 때, 자사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이나 온라인 결제수단인 '네이버 페이'를 쓰는 사업자 제품을 상단에 노출해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네이버에 발송한 뒤 전원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해 왔다. 전원회의는 위원장 포함 9명의 위원이 참석하는 합의제로 구성된다.

네이버는 쇼핑 외에도 부동산 매물과 동영상 검색에서도 ‘네이버 부동산’과 ‘네이버TV’를 우선 노출한 것과 관련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정위는 이들 3가지 사안에 대한 심사를 모두 마치고 다음달쯤 최종 결과를 일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지배력 남용을 판단하기에 앞서 전제조건인 ‘네이버의 지배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에도 네이버가 동영상 서비스와 관련해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제재를 했다가 시장 획정을 잘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 검색 포털 시장과 동영상 시장을 구분해서 봐야 하기 때문에 네이버가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2014년 공정위 패소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마찬가지로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서 쇼핑, 부동산 시장 등에서도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이배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쇼핑 서비스로 보면 쿠팡, 옥션 등도 있고 백화점같은 오프라인 업체도 온라인 상품을 판매한다"며 "구글, 알리바바 등 다국적 쇼핑몰도 있는데 네이버의 시장지배력과 관련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본 공정위가 ‘라인’과 ‘Z홀딩스’ 합병과 관련해 "(일본 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게 아니다"라며 허가 승인을 내 우리 공정위와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두 기업 간 통합을 두고 뉴스, 광고, 간편결제 등 주요 서비스의 점유율이 70% 안팎을 기록하기 때문에 경쟁 저해나 소비자 불이익 등 문제가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 공정위는 10~20% 점유율을 가진 유력한 경쟁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봤다.

일본 공정위는 처음 독과점 심사에 나설 때부터 접근방식이 달랐다. 지난해 11월 경영통합 소식이 전해진 이후 야마다 아키노리 일본 공정위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 간 통합이라도 일본 시장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과점 심사를 일본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세계 시장 전체를 포괄해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공교롭게도 합병 소식이 발표된 날 우리 공정위는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심사보고서 전달 사실을 밝혔다. 자회사 라인 합병과 별개의 문제지만 공정위가 유독 네이버 문제에 대해서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는 올해 초에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계열사 허위 신고 혐의로 고발했으나 이에 대해 검찰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독과점 제재라는 게 결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피해를 막기 위해 하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네이버가 제공한 각종 서비스 덕분에 소비자들의 삶은 훨씬 편리해졌고 오히려 이를 막는 게 혜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까 걱정된다. 규제에 나서는 명분이 무엇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