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과학자들이 녹아버린 시베리아 동토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바이러스 이름을 ‘판도라’라고 지었죠. 어쩌면 인류는 이미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게 아닐까요?"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은 20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정선포럼2020’ 기조연설에 참석해 기후 변화와 관련해 이같이 경고했다. 김 이사장은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 센터장과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을 지냈다.

‘정선포럼2020’ 기조연설의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신기후체제와 그린 뉴딜의 성공조건’이란 주제를 두고 "인류의 미래는 지구와 어떤 관계를 맺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파리 협정에서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두 다 이행해도 지구 온도는 3도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그마저도 잘 안 지켜지고 있다"며 "기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지구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최근 들어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생물의 종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년에 생물이 10종 정도 사라지는 것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10종씩 사라지고 있다. 즉 기하급수적으로 대(大)가속의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 미래비전비서관으로 있을 때 ‘녹색 성장’이라는 국가적인 어젠다를 발굴한 인물이다. 김 이사장은 "2008년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으로 임명됐을 때 정책 방향 키워드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지만, 녹색 뉴딜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등이 모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국내에 유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관련 정책이 힘을 잃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10~20년 이상 일관성을 갖고 가야 할 환경 정책이 정권이 교체되면서 흔들렸고, 최근 수년간 온실가스 배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탈원전 때문이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재생 에너지 확장은 찬성하지만, 에너지 저장이 어렵고 생산이 간헐적이라는 한계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와 같은) 기저발전·중심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온실가스를 잡기 위해선 ‘석탄이냐 원자력이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그린 뉴딜은 단기적인 경제 처방이 아니라 20~30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 문제 앞에서는 정치 담론은 한없이 초라하고 작다"며 "여야가 초당적으로 공동의 전선을 펼쳐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정책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에서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어떻게’가 없으면 안 된다"며 "적극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 당사자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어린 세대"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자체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목표가 명확하고 지속적이어야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