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OS 과점 애플⋅구글 반독점 논란 휩싸여
애플, 유명 콘텐츠 기업들과 수수료 분쟁 가열
구글, 인앱결제 대상 게임에서 콘텐츠로 확대설
"비싼 수수료 결국 소비자 전가… 시장 망친다"
"플랫폼 덕에 해외 진출 용이… 가치 인정해야"

애플과 구글의 앱마켓 수수료 정책을 둘러싸고 글로벌 IT업계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 양대 앱마켓의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한 비싼 수수료가 스스로 앱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앱마켓 시장의 장벽을 쌓아올려 생태계 내 앱들의 성장을 해친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일각에서는 앱마켓이 제공한 편익을 생각했을 때 정당한 가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인기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유통사 에픽게임즈는 애플, 구글에 맞서 자체 결제 수단인 '에픽 다이렉트 페이'를 도입했다. 기존 앱스토어(애플)나 플레이스토어(구글) 안에서 결제되는 '인(in)앱' 방식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자체 앱마켓에서 포트나이트를 빼버렸고, 에픽게임즈는 두 회사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까지 제기했다.

국내에서는 플레이스토어가 각종 콘텐츠 앱에 대한 수수료율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구글이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게임에만 적용해 오던 인앱 결제 방식을 음원, 웹툰, 동영상 앱 등에서도 의무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인앱 결제를 통하면 수수료율이 30%이지만 각 앱 회사의 자체 결제 수단을 통하면 약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고 정부도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것은 모바일 서비스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이용자의 앱 이용 부담을 증가시킨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위법성을 검토해 달라는 진정을 접수했다.

IT 업계에서는 애플, 구글의 이러한 수수료 정책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반독점 행위로 앱 생태계에 부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1984년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를 패러디한 맥킨토시 컴퓨터 광고(유튜브 위 영상)를 다시 패러디한 영상(유튜브 아래 영상)으로 애플을 저격하기까지 했다. 에픽게임즈는 이 영상에서 2020이 (빅브라더가 지배하는)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달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애플의 1984년 광고에서 "1984년이 왜 ‘1984’와 같지 않게 될 것을 (맥킨토시 덕분에) 알게될 것"이라고 한 자막을 빗댄 것이다. 독재자에 저항하겠다고 나선 애플을 독재자라고 조롱한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나서서 애플 앱스토어를 겨냥, 결제 시스템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자체 라이브 방송을 열고자 했지만 애플 운영체제인 iOS를 이용하는 사업자에게는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한동안 수수료 없이 ‘페이스북 페이’로 온라인 거래가 오가게 하려 했지만 애플이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의 30%를 수수료로 챙기겠다고 고집한 탓이다. MS도 한 언론사 행사에서 "앱스토어가 20년 전의 산업 구조 때보다 훨씬 더 높은 벽을 만들어놨다"며 "광범위한 반독점 조사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했다. 앞서 음악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도 수수료 30% 강제 부과를 이유로 작년초 유럽에서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과 구글에 대한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집단신고를 추진 중인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는 "수입의 상당 부분이 플랫폼 사업자 몫으로 돌아가다 보니 앱 개발사들의 수익성은 나빠지고 재원확보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대박 친 업체 말고는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목소리"라고 했다. 그는 "독과점 속성상 기업은 이윤 극대화 원칙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부분을 정부가 개입해서 함부로 독점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규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중소 앱 개발사 대표도 "30% 수수료율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애플과 구글의 결제 방식만 쓰도록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다른 결제 방식을 허용하되 결제 시스템을 제외한 플랫폼 관련 나머지 이용료만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 비싼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 돼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에픽게임즈 사례처럼 모든 앱 개발사들이 앱 마켓 결제 시스템을 부정하는 게 오히려 앱 생태계를 망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앱 개발자는 "플랫폼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당장은 그 회사에 좋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앱마켓을 관리하는 회사에게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겉으로 보기와 달리 각 앱을 승인·관리하고 보안이나 서버 유지 등 플랫폼 운영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 세계 어느 회사가 적자를 내면서까지 사업을 하고 싶어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개발자는 "과거 넷마블, 넥슨 등 국내 업체들이 중소형 게임사들에게 게임 출시 대가로 수수료를 80~90%까지 떼간 것과 비교하면 게임 퍼블리싱(유통·마케팅) 업체로서 해외 앱마켓을 나쁘게 볼 거리가 없다"며 "구글의 경우 국내 대형 게임사들처럼 특정 콘텐츠만 유통하는 것도 아니고 해외 진출을 훨씬 용이하게 하는 무대를 제공한다. 또 게임만 잘 만들면 메인 노출에 상금도 주는 등 앱 시장의 역할을 평가했을 때 수수료 30%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앱마켓을 통해 충분히 혜택 보고 성장한 기업이라면 스스로 마켓을 열면 되지 않느냐. 기업 규모에 따라 앱 마켓을 바라보는 이해관계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 마켓에서의 점유율은 구글이 전체 거래액의 63.4%, 애플이 24.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업체가 90%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가진 셈이다. 네이버와 통신3사가 참여해 만든 원스토어는 11.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