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들고 해외에서 뛰었습니다. K뷰티가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게 해준 거죠."

남궁광 대표(52·사진)가 2015년 설립한 피에프디는 자사 화장품 매출의 97%가 해외에서 나온다. 그는 "K팝, K드라마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을 대신해 주고 있다"며 "브랜드를 국내에서 키우는 시간을 줄이고 해외로 직접 진출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출신인 남궁 대표는 영업, 마케팅, IT 분야를 거쳐 입사 10년 만인 2005년 한미약품 최고정보책임자(CIO)에 발탁돼 한미IT 대표를 역임하는 등 그룹 IT분야를 이끌었다. 그가 세운 온라인팜이 설립 3년만에 매출 6000억원, 거래액 1조원을 넘기는 것을 보고 퇴사했다. 그는 "경영진을 설득해 회사를 세우고 성장시킨 경험이 많기 때문에 창업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64개국 진출, 외국인 직원 30%의 힘

피에프디 매출은 지난 4년간 연평균 287%씩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7억원으로 7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64개국에 영업망을 갖췄고 아마존에서 팔리는 국내 화장품으로는 5위권 안에 든다. 최근 글로벌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미즈온, 빌라주11팩토리, 스떼블랑, 아가타 등 화장품과 유아용품 쁘띠누베 브랜드를 갖고 있다.

남궁 대표는 회사 급성장 배경으로 제품 제조·기획과 마케팅·영업 파트의 조화를 꼽았다. 그는 "제약사 출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경쟁제품보다 더 좋은 성분으로 빨리 효과를 보는 제품을 기획한다"며 "해외 영업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외국인 직원들이 많은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직원 40명의 30%인 12명이 국비 유학생 출신으로 입사한 케이스다. 입사 후 퇴사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만큼 로열티도 높다. 10개월가량 일한 신입을 외부에선 6~7년차로 인정할 정도로 적응력도 빠르다고 한다.

회사 이익을 공개하고 나눠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내는 점도 한몫했다. 분기별 이익의 10%, 1년으로 치면 16.7%의 이익이 직원들에게 지급된다. 남궁 대표는 "회사가 열심히 일한 직원이 은퇴하면 부가 쌓이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기업 공개(IPO)로 큰 돈 벌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고 말했다.

피에프디의 대표 브랜드 제품들. 세계 64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제품은 브랜드 매니저가, 의사결정권 98% 넘겨"

남궁 대표는 우선 2024년까지 글로벌 100대 화장품 기업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2년 내 매출 1000억원, 4년 내 매출 3000억원 달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지 바이어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64개국 바이어를 100개국으로 늘리고 20억원씩만 매출을 올려도 산술적으로 2000억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기업 CEO 출신으로 중소기업을 경영할 때 권한 위임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소기업에서는 대표가 회사 사정이 한눈에 보이다보니 뭐든 결정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말했다 . 남궁 대표는 "영업과 마케팅 같은 제 영역은 챙겨도, 제품은 철저하게 브랜드 매니저에게 맡긴다. 98% 이상은 의사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화장품 용기(容器)든 성분이든 차별화를 통해서 반발짝 앞서 가야한다"며 "뛰어들 시장에 대한 정확한 시장조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궁 대표는 장기적으로 스킨케어보다 메이크업 제품군이 유망하다고 했다. 그는 "스킨케어 제품은 LED 마스크 같은 기계로 대체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메이크업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