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서며 국내 수소자동차 보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소차 핵심 소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소경제 전환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소외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내 화학사는 수소차 소재 개발·생산에 속속 뛰어들면서 수소경제를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수소자동차 ‘넥쏘’.

산업통상자원부 한 관계자는 "국내 수소차 부품 기술 수준은 해외와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지만, 소재 기술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앞서 밝혔다.

예를 들어 수소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스택(stack·수소와 공기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전극접합체라는 화학 소재가 필요한데, 이 소재는 대부분 미국 등 해외 업체가 생산한다. 수소저장장치의 핵심인 고압용기(저장) 역시 부품 국산화에는 성공했지만, 핵심 소재인 카본복합소재(탄소섬유)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수소차 보급이 확대되더라도 국내 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작아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소차 완성품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수소산업 육성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소재 국산화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수소차는 성장 초기 산업이기 때문에 소재 업체의 초기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수요기업(대기업)의 구체적인 기술 사양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재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관련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화학사들은 새롭게 열리는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코오롱인더(120110)는 수소차의 심장 격인 스택의 막전극접합체 핵심 소재를 개발해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수소차 ‘넥쏘’에 공급하고 있다. 2014년부터 막전극접합체 개발을 시작한 코오롱인더는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막전극접합체 상용화를 위한 인증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탄소섬유 생산 기업인 효성첨단소재(298050)는 수소연료 탱크용 탄소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원소 중 가장 가볍지만 부피가 큰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려면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연료 탱크가 필요한데, 탄소섬유는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수송, 이용하는 데 적합한 소재다. 탄소섬유는 도레이 등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효성첨단소재는 ‘넥쏘’에 수소연료 탱크용 탄소섬유 납품을 위해 제품 인증절차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도 수소차 복합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첨단소재 부문(옛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이 지난해 태광후지킨의 고압탱크사업을 양수하면서 수소차에 들어가는 고강도·초경량 연료탱크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화솔루션 탱크사업팀의 ‘타입-4’ 탱크는 고강도 플라스틱 라이너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든 초경량 복합소재로, 기존 탱크보다 무게가 가볍고 복원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일진다이아(081000)계열사 일진복합소재 역시 수소연료 탱크를 생산하고 있다.

삼양사(145990)는 최근 수소차 이온교환필터에 사용되는 이온교환수지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이온교환수지는 이온교환필터의 핵심 소재로, 수소차의 이온교환필터는 냉각수와 냉각수 배관에 포함된 극미량의 이온을 제거하는 핵심 부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