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건설기계 업체들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 여파로 북미, 유럽 시장 내 건설기계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중국 굴삭기 시장은 살아났지만, 아직 북미 시장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아 턴어라운드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4억5800만달러로, 지난해 2분기(16억달러)에 비해 71% 감소했다. 주당순이익은 2.83달러에서 0.84달러로 줄었고, 매출액도 144억달러에서 100달러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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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국내 건설기계업체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히타치건설기계의 지난 4~6월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99% 줄어들어 2억엔에 그쳤다. 북미(-41%), 유럽(-52%)지역에서 판매가 줄고, 환차손이 발생해 실적이 부진했다. 고마쓰의 영업이익은 63% 감소한 269억엔, 쿠보타는 11% 감소한 512억엔이었다.

국내 1위인 두산인프라코어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48.1%, 2위인 현대건설기계는 16.7% 감소했다. 미국·유럽 시장이 주력인 두산밥캣(241560)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1%, 59.1% 줄었다.

◇ 실적 개선 전망 못 내놓는 건설기계 기업들… 日 고마쓰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

글로벌 시장에서는 코로나에 따른 셧다운이 지속돼 건설기계업체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견해왔다. 이 때문에 실적보다는 전망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주요 건설기계 업체들은 실적 개선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캐터필러는 지난 3월 연간 전망치를 철회한 뒤 현재까지 실적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캐터필러는 "향후에도 코로나 영향이 지속되고, 미중 갈등에 따라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3분기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일본 건설기계 업체 고마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10년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봤다. 연간 매출은 15% 감소한 2조680억엔, 영업이익은 54% 줄어든 1150억엔으로 전망했다. 쿠보타와 히타치는 연간영업이익이 26%, 51% 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건설기계업체들도 전망을 제시하기를 꺼리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앞선 2월 연간 매출액 전망치로 8조5188억원, 영업이익 전망치로 7936억원을 제시했으나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도 "현재 코로나 여파로 글로벌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하반기 재확산 우려도 있어 연간 실적 추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 북미 상황에 연간 실적 갈린다…선진시장 개선세·美 대선 주목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보다는 선진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굴삭기 판매는 전년도 7월 대비 59.5% 증가할 정도로 상황이 좋았지만, 아직 미주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고마쓰가 발표한 지난달 미주 시장 장비 가동률은 전년도 대비 9% 하락한 수준이었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올해 11월 시행될 미국 대선도 관건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조 달러(한화 약 1207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도로와 다리 등 전통적 사회기반시설 투자,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와 농촌 지역의 광대역 통신 확충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4년간 2조 달러(2401조원)를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건설기계 업체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2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더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 글로벌 업체들의 전망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선진시장 수요는 생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코로나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