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코로나19에 미뤄진 의료법 시행령 개정 재추진
"불명확한 심의대상 규정 명료화… 불법 필터링 확대 기대"
"광고성 판단 여전히 모호한 '뒷광고' 대응엔 한계 있을듯"
복지부⋅공정위, "의료광고 여부 판단 우리 관할 아닌데"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보건복지부가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 매체의 의료광고 심의대상을 확대해 사전 불법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올해 안에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뒷광고’ 논란이 불거진 일부 유튜버의 게시물에 대해서는 의료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의료광고’인지 아닌지부터 판단하는 책임을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대 관할이라고 미루고 있어 개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12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에 실리는 의료광고성 게시물 중,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규정하는 의료법 시행령 조항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이를 더 명확히 고쳐 더 많은 게시물이 심의대상에 포함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게시물들이 심의를 받게 되면 그 과정에서 불법 요소를 미리 걸러낼 수 있다"며 "의료법 시행령 개정으로 불법 광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개정 추진은 작년 말부터 준비됐지만 복지부 인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집중되면서 미뤄졌다가 최근 재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법상 사전 심의대상에 포함되는 의료광고는 게시·발행 전에 먼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 산하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위는 광고물의 의료법 위반 소지를 점검해 불법 광고를 미리 단속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법 시행령은 신문·TV·라디오 등 매체별 심의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24조에 따르면 유튜브, 소셜미디어(SNS) 등을 포함하는 인터넷 매체 중 사전 심의가 필요한 대상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다. 유튜브의 경우 이용자 수가 단기간에 크게 변할 수 있고, ‘10만명’이 채널 구독자 수 기준인지 플랫폼 전체 이용자 수 기준인지 등이 불분명해 심의대상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의협 심의위 관계자는 "온라인 쪽(인터넷 매체)은 규정이 모호하고 심의위가 의료법을 해석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라서 복지부에 명확히 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유튜브는 이용자 수가 많은 관계로 자의적으로 판단해 일부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규정이 복잡해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자신의 광고물이 심의대상인지 아닌지 잘 모를 수 있고 이로 인해 불법 광고가 여과없이 게시될 수 있다"며 "개정을 통해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심의대상을 ‘의료 관련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매체’로 고쳐 이용자 수와 관계없이 포괄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유튜버들의 ‘뒷광고’에 대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콘텐츠 대부분이 본인의 치료·수술 경험담을 들려주는 형식을 갖고 있어 의료광고로 볼 것인지부터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의료광고로 명확히 구분돼야 의료법에 따른 사전 심의 대상이 된다.

시행령 23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치료 경험담을 유튜브를 통해 대중에 알리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스스로 돈을 부담하고 치료받은 경험이나 ‘의료진이 친절하다’와 같은 단순한 병원 방문 후기 등을 알리는 행위는 의료광고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의료법 전문가인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의료인 개인이 채널을 개설해 일상을 소개하거나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콘텐츠 등도 의료광고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심의대상을 확대해도 회색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광고인지 아닌지는 의료법이 아닌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을 통해 먼저 밝혀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은 어느 분야를 특정하지 않은 포괄적인 규정을 담고 있어서 의료광고 여부 판단과 같은 세부적인 일은 의료법 등으로 다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다음달 1일 표시광고법에 따른 불법 광고 심사기준을 구체화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의료계 유튜브 뒷광고 대응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사전 심의와 별도로 이미 게시된 의료광고물들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시정·경고·행정처분하는 사후 집중단속도 상시로 실시하고 있다. 올들어선 연초에 한차례 실시됐다.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일고 있는 현 시점에 연내 추가 단속 계획은 없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앞서 지난 7일 스스로를 예비 약사라고 밝힌 유튜버 ‘재이’는 병원들이 자신을 포함한 의료계 유튜버들에게 현금이나 수술 서비스 등의 경제적 대가를 주고 병원 관련 내용을 홍보하는 뒷광고 제안을 해왔다는 취지의 내용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