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가축 기르는 것은 기본
연간 억대 소득도

'농업에는 농사 짓는 농부 이외에도 다른 직업이 많아요.'
과거 농업은 몸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일할 수 있는 업종 중 하나였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노동력만 있으면 일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뭐 농사나 짓지'라는 말은 일하지 않는 '백수'들의 단골 대사였다.

한 어린이가 한국 마사회가 운영하는 재활승마치료를 체험하고 있다.

이제 농업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규모가 커지면서 기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한다. 일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다. 기계를 이용한 대규모 영농이 가능해지면서 규모가 큰 농장의 경우 매년 많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물론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농부들은 들인 노동력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얻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일은 대부분 이미 농업적 기반이 갖춰진 사람들의 몫이다.

농업을 장래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중 한 곳인 한국농수산대학의 경우 신입생 입학 경쟁률이 4.1대 1에 달할 정도로 치열한데 신입생 대다수는 부모나 친척들이 농업에 종사하는 농어촌 출신이다. 이들은 이미 기반이 확보된 셈이다.

반면 막연한 전원생활의 꿈에 젖어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귀농한 이들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인구 절감을 겪는 농촌마을에 인구 유입을 꾀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주택 무상제공, 정착지원금 지급과 같이 나름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탓에 최근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귀농 인구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25일 발표한 ‘2019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46만645명으로 2018년(49만330명)보다 6.1% 감소했다. 귀농·귀촌 인구는 현행 방식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줄곧 상승곡선을 그려오다 2018년 처음으로 감소했다.

특히 농업을 통해 소득을 얻는 귀농인구는 3년 연속 줄었다. 귀농인구는 2016년 2만559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1만9630명, 2018년 1만7856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만6181명으로 감소했다. 증가하던 젊은층의 귀농이 줄고 상대적으로 노년층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귀농의 질이 나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농업을 통한 경제활동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농업에는 가축을 키우고 농업에는 농사를 짓는 일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이들 중에는 대기업 직원 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치유농업사 ▲협동조합플래너 ▲농촌교육농장플래너 ▲농가카페매니저 ▲곤충전문컨설턴트 ▲초음파진단관리사 ▲마을기업운영자 ▲스마트농업전문가 ▲유기농업전문가 ▲식생활교육강사 ▲재활승마치료사 ▲농산물유통전문가 등을 꼽을 수 있다.

농진청은 이와 관련해 농업·농촌 미래 유망직업 100종을 선정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유농업사는 농업·농촌 자원을 이용해 사람들을 신체적·정신적으로 치유하는 이들을 말한다. 원예치료는 식물 기르기, 꽃 장식 등에 한정됐지만 치유농업은 농작물·동물·곤충·숲 등 농업환경 전반을 이용한다. 이미 전국에서 치유농업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원예치료학·사회복지학·상담학 등을 공부하고 치유농업 관련 민간자격증을 취득해 현장에 발 빠르게 뛰어든 사람들이다. 선진국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 국가 차원에서 치유농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올해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치유농업사 국가자격을 도입할 예정이다.

재활 승마 치료사는 승마를 통해 장애 아동을 치료한다. 재활 승마 치료는 유럽 등 승마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말 사육 마릿수가 계속 증가해 지난해 기준 2만6000마리를 넘어서는 등 말 산업의 도약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재활 승마 치료사 뿐만 아니라 새롭게 육성될 말 산업을 관심 있게 볼 만하다.

곤충 전문 컨설턴트는 곤충을 채집하고 기르는 체험 학습부터 곤충으로 식품·사료를 만드는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곤충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일을 한다.

초음파 진단 관리사는 축협이나 사료 공장의 농가 지도업무를 담당하는 컨설턴트로 가축의 등심 단면적과 등지방 두께, 근내지방도를 측정해 적정 출하시기를 결정하고 사양관리를 지도한다. 최근에는 정밀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직접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농가 현황을 즉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개발한다. 국내 축산물의 약 80%는 소(한육우, 한우, 육우)와 돼지가 차지하는데 출하 전 등지방 두께(돼지), 근내지방도(소)를 측정하기 위해 대부분 초음파 진단을 하고 있어 유망한 직업이다. 개인의 노력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많게는 연간 억대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미국은 초음파 진단관리사 국가자격증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전문 직업으로 등록돼 있고, 일본의 경우 자격증은 없지만 2주 교육 프로그램이 마치면 수료증을 발급한다.

농촌교육농장 플래너는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학교 교사와 농촌체험 교육과정을 협의해 교육 대상별 교육 자료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운영·진행한다. 최근 농촌교육농장을 비롯해 6차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마을단위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사무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시되고 있어 유망한 직업이다.

채혜성 농진청 농업연구사는 "현재 농업·농촌 분야로 진로를 탐색하는 청소년 등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보급하고 있다"며 "누구나 꿈과 희망을 갖고 농업·농촌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유학년제 농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직업체험센터에서 농업 진로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