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유튜버들이 ‘뒷광고’로 논란이 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상품 후기 등으로 위장한 소비자 기만 광고에 대해 제동에 나섰다. 뒷광고는 돈을 받고 촬영한 광고이지만, 마치 직접 구입해 사용해 본 것처럼 속이는 것을 말한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9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매체별 구체적인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매체별이나 상황에 따라 광고를 표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담은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유튜버, 인플루언서, 대행사, 광고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표시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룹 다비치의 강민경(왼쪽)·스타일리스트 한혜연(오른쪽)

◇강민경에서 유튜버까지… "처벌 어려워, 광고주 책임 커"

뒷광고 사태는 지난 7월 다비치 강민경·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 유명인들의 유튜브 PPL(간접광고) 논란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영상을 촬영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특정 제품을 노출했고 사용소감도 얘기했다. 하지만 이들 영상이 특정 브랜드로부터 돈을 받고 촬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들은 광고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뒤늦게 광고 표시를 넣거나, 시청자들이 알아보기 힘든 방식으로 광고 표기를 했다.

최근에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뒷광고 폭로전이 이어졌다. 술과 안주를 주로 리뷰하는 구독자 130만명의 A씨가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 의혹을 제기하자, 유튜버들의 사과가 잇따랐다. 구독자 465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B씨를 시작으로 만화가 C씨, 243만명의 유튜버 D씨, E씨(구독자 167만명)·F씨(구독자 167만명)·G씨(구독자 161만명) 등이 뒷광고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유튜버들의 소속 격인 샌드박스 네트워크도 영상을 통해 "소속 유튜버의 일부 영상에 유료 광고 관련 표기 문구가 누락돼 있었다"며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뒷광고 논란으로 은퇴 선언을 한 한 유튜버의 사과방송

일부 유튜버들은 은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먹방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 유튜버는 의혹 제기 이후 계속되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질타가 아닌 ‘몰래 뒷광고를 해왔다’, ‘탈세를 해왔다’ ‘사기꾼’ 등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댓글 문화에 지쳐 앞으로 더는 방송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며 은퇴의사를 밝혔다. 뒷광고를 폭로했던 한 유튜버는 내부고발자 등 악플에 시달리면서, 결국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뒷광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들은 모두 유튜버들의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 광고 행태를 비판하며 처벌을 위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현재 표시광고법 제17조 벌칙 규정에 따르면 '부당광고를 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등으로 하여금 하게 한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뒷광고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유튜버 광고주를 당장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는 청소년 시청자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합리적 판단에 따른 소비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온라인 광고업계가 광고주→대행사→소속사→유튜버 등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만큼, 광고를 집행하고 광고비를 지불하는 광고주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했다.

잘못된 광고 표시 예

◇공정위, 광고 표시 가이드라인 9월 시행

공정위는 업체와 유튜버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무조건 공개하도록 하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다음달부터 시행한다. 현재 공정위는 심사지침을 사례별로 구체화 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공개된 심사지침에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거나 실시간으로 방송을 할 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 등 리뷰 하는 방식에 따라서 어떻게 광고성이라는 표시를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담고 있다. 그동안 지침이 모호하다는 점을 악용해 광고 사실을 숨겨왔던 인플루언서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릴 때는 제목이나 동영상 안에 광고라는 표시를 해야한다. 동영상에 광고 사실을 표시할 때는 광고 내용이 재생되는 동안 ‘유료광고’ 표시를 해야 하고, 상품 후기 시작부분과 끝 부분 등에도 반복해서 표시를 해야 한다. 소비자가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 않아도 광고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다. 실시간 방송의 경우, 리뷰 도중 5분마다 대가를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말로 언급해야 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광고성 후기를 남길 경우, 사진 안에 광고라는 표시를 남기거나, 첫번째 해시태그에 '#광고'라고 적어야 한다.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남길 때도 게시물 시작이나 끝부분에 수수료를 지급받았다고 밝혀야 한다. 광고라고 명확히 표시하지 않고
'체험단', '정보성'이라는 식으로 애매한 표현과 영어로 '땡스 투(Thanks to)', '파트너십(Partnership)' 등의 표현은 안된다.

또 공정위는 광고 목적으로 은근슬쩍 브랜드가 노출되는 옷을 입고 나오거나, 특정 음료수를 잘 보이는 곳에 둔 채 방송을 진행하는 등 일종의 간접광고에 대한 규정도 만든다. 유명인이 SNS에 상품이나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도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가를 받은 적이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인플루언서 후기를 가장한 기만 광고에 대해 지난해 11월 처음 과징금을 부과하며 제재에 나섰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11월 실태조사한 결과 국내 상위 인플루언서 계정 60개에 올라온 광고 게시글 582건 중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밝힌 글은 174건(29.9%) 뿐이었다. 그마저도 경제적 대가를 `#AD`, `#Sponsored by` 등 해시태그에 작게 표시하거나, 댓글·더보기 등에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책임을 강화해서 자율규제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면서도 "특히 소비자에게 위법한 행위를 하면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갖고 법 집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