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증시에서 내년 말까지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는 외국 기업을 퇴출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회계 부정으로 수차례 논란을 빚은 중국 상장사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 거래소 퇴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외국 기업은 내년 말까지 (미국 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따르지 않는다면 거래소 상장이 취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런 권고 사항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지난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재무부 관리들이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하면서 회계감사 자료를 미국 규제 당국에 공개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회계 당국 규제를 받지 않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미국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 거래소 퇴출 관련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2013년 중국과 체결한 양해각서를 토대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들이 회계 감사를 더 유연하게 받을 여지를 줬다.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중국 측 규제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조사가 필요한 중국 기업 회계감사 자료를 건네받도록 한 것.

그러나 CSRC는 석연찮은 이유로 자료 제출을 꺼리는 경우가 잦았고, 그 와중에 루이싱(瑞幸·Luckin) 커피 같은 회계부정으로 인한 상장 폐지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국 회계기준 준수 강제 여부를 "강력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오는 2022년까지 미국 기준에 맞춘 회계 감사를 받거나, 상장 폐지를 감수해야 한다.

기준에 충족하려면 이들 기업은 2022년 1월1일까지 PCAOB에 회계 감사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미국 증시에 진입하려는 중국 기업들 역시 상장에 앞서 동일한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미국이 ‘중국 기업 때리기’ 강도를 높이는 신호탄으로 보고 ‘이미 심각한 갈등 국면에 접어든 미국과 중국 관계가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