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109.5%
3월 저점 매입…11일 현대차 52주 신고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3월 매입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012330)주식으로 9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109.5%에 달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청와대가 주최한 '한국판 뉴딜 국민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수소차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 같은 수익률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매수 시점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었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 여파에도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전기차·수소전기차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회복했다. 현대차는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 출시 계획을 발표한 11일 하루에만 15.65%가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23~27일 현대자동차 주식 58만1300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30만3800주를 각각 매입했다. 평균 매입가는 현대차는 6만9793원, 현대모비스는 13만5294원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코로나19여파로 급락했다. 3월 19일 현대차는 6만5900원, 현대모비스는 12만9000원(종가 기준)으로 각각 하락했다. 두 회사의 52주 신저가 6만5900원, 12만6000원은 이날 기록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수출 전망도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두 종목이 바닥을 기어가던 때에 각각 자사주를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각각 현대차 406억원, 현대모비스 411억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처음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이후 코로나19에도 현대차 실적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회복하기 시작한다.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9%, 52.3% 줄어들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컨센서스)는 매출액은 22.3%, 영업이익은 74.2% 감소였다.

현대차 계열사 주식에 불을 붙인 것은 전기차와 수소차다. 지난달 시장조사회사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의 1~5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은 7.2%로 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P) 늘어났다. 또 7월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을 상용화하고 스위스에 수출한다.

11일 현재 현대차 주가는 17만원, 현대모비스 주가는 23만8000원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3월 평균 매입 가격과 비교하면 각각 현대차는 2.43배, 현대모비스는 1.76배가 됐다.

덕분에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로 582억원, 현대모비스로 312억원의 평가 차익을 거뒀다. 두 종목을 합치면 895억원이다. 매입 금액(817억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109.5%에 달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3월 자사주를 매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주가가 급락하던 시점에 직접 자사주를 매입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후계 승계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형태로 지배구조가 짜여져 있는데,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낮다. 그의 지분율은 현대차 2.62%, 기아차1.74%, 현대모비스 0.32%에 불과하다.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지난 2011년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 여파가 아직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과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금융투자업계나 외국인 투자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주요 계열사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판단될 때, 이를 매입해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을 늘리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