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길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도 꼬마빌딩은 활발하게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 200억원 이하인 꼬마빌딩의 거래액은 올 상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거용 부동산 대신 수익형 자산을 찾는 자금들이 대거 유입된 결과로 풀이한다.

11일 조선비즈가 상업용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과 올해 1~6월 서울 일반 업무상업시설 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매매가 200억원 이하 꼬마빌딩은 올 상반기에 1483건이 매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늘어난 10조3069억원을 기록했다.

사고 팔리는 건물의 가격대도 높아졌다. 가격대별 거래 비중을 따져보면, 2019년 상반기에는 10억~50억원(47.9%), 10억원(25.2%), 50억~200억원(22.6%), 200억원(4.2%) 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반면 올 상반기에는 10억~50억원(49.6%), 50억~200억원(26.9%), 10억원(18.9%), 200억원(4.7%)으로 50억원 이상 꼬마빌딩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억원 미만의 꼬마빌딩 비중이 줄어든 것은 최근 5년새 부동산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10억원 미만의 꼬마빌딩은 찾기 어려워진 탓이다.

단위당 가격도 상승했다. 지난 2019년 상반기 서울 꼬마빌딩은 건물 연면적당 3342만원에 거래됐지만, 올 들어서는 10% 넘게 오른 3752만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꼬마빌딩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면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매물의 가격대 자체가 오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창동 밸류맵 기획팀장은 "50억~200억 사이 건물은 개인과 법인 모두 접근할 만한 가격대이기 때문에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 투자자의 경우 규제가 강한 주거용 부동산 대신 꼬마빌딩을, 법인의 경우에는 임대사업이나 서울에 사옥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몇년새 꼬마빌딩의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도 물건이 나온 점도 거래량이 늘어나는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존스랑라살은 한국의 경우 업무용 건물의 임대차 계약에 연 2~3% 임대료 인상 조항을 넣을 수 있어, 물가가 상승하면서 임대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 점이 투자 매력을 더한다고 분석했다. 세빌스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기업의 임차 수요는 온라인쇼핑(이커머스), 소프트웨어, 핀테크, 바이오 등 분야를 중심으로 유지되거나 더 늘어나는 추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꼬마빌딩은 최근 몇 년 동안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 절대가격 자체도 크게 뛰었다"면서 "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고가 주택을 처분하거나 여유자금의 투자처를 찾던 개인들도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부담을 감안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꼬마빌딩으로 많이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 팀장은 "과거에는 상권이 발달하고 유지되고 쇠락하는 기간이 각각 10년씩은 됐지만, 최근에는 상권이 발달해서 성숙하고 하락하기까지 2년씩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유행의 주기가 짧아졌다"면서 "인접한 상권이 없이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단독 상권이나 의류 매장 중심인 상권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