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생 전기자동차 회사들이 투자금을 쓸어담고 있다. 중국 중산층 수요를 겨냥한 ‘프리미엄’ 전기차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견제 속에서도 미국 증시 상장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계에선 10여 년 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한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반전을 보며 ‘넥스트 테슬라’ 찾기가 한창이다. 최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전기차 전략에 대해 "중국은 끝내준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활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샤오펑모터스, 2주간 9억 달러 유치…美 증시 상장 임박

중국 전기차 회사 샤오펑모터스의 스포츠 세단형 전기차 ‘P7’.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모터스(Xpeng Motors·小鵬汽車)는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신청했다. 공모가 범위나 상장 주식 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샤오펑모터스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1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조달 금액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샤오펑모터스는 상장 신청에 앞서 최근 2주 사이 9억 달러(약 1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달 20일 벤처캐피털 힐하우스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 등으로부터 5억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이달 초엔 중국 알리바바, 카타르 국부펀드,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부펀드 등에서 4억 달러를 추가 유치했다.

스타트업 정보 분석 매체 크런치베이스의 집계에 따르면, 샤오펑모터스는 창업 후 이달 초까지 총 26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미국 증시 상장은 자금 조달보다는 세계 시장에 회사 이름을 알리고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전기차 회사 샤오펑모터스의 SUV 전기차 G3’.

샤오펑모터스는 기술 발전에 민감한 중국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한 전기차 회사다. 현재 2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2018년 11월 첫 모델인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G3’를 생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 4월 스포츠 세단형 전기차 ‘P7’을 출시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G3’는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 전기차 3종 중 하나다. ‘P7’의 충전 1회당 주행거리는 706km로, 중국 전기차 중 가장 길다. P7은 자율주행 기능도 갖춰,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세단형 전기차 ‘모델3’의 경쟁작으로 꼽힌다.

샤오펑모터스는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허샤오펑사진>이 2014년 작은 전기차 회사에 투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허샤오펑은 2004년 공동 창업한 모바일 인터넷 소프트웨어 기업 유씨웹(UCWeb)을 2014년 알리바바에 43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중국 인터넷 업계의 전설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2017년까지 알리바바의 모바일사업부를 이끌다 2017년 8월 회사를 그만두고 샤오펑모터스에 본격 합류했다.

허샤오펑은 유씨웹 매각으로 손에 쥔 막대한 자금을 전기차 개발에 쏟아부었다. 그해 12월 본사가 있는 광둥성 광저우시 자오칭에 연구개발(R&D) 시설과 스마트 제조 시설, 배터리 생산 라인, 테스트용 도로 등을 모두 갖춘 자동차 산업단지를 짓기 시작했다. R&D, 디자인, 제조, 판매, 고객 서비스 등 자동차 분야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를 포괄하는 곳이다. 전체 직원 3500명 중 R&D 부문 직원이 43%에 달한다.

자오칭 자동차 단지는 지난해 9월 완공 후 올해 5월 중국 정부로부터 생산 허가를 얻어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중국 하이마자동차와 손잡고 외부 공장에서 생산하던 첫 모델 ‘G3’도 이제 이곳에서 직접 제조한다. 샤오펑모터스는 지난달 31일까지 ‘G3’ 1만8741대, ‘P7’1966대를 구매자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2021년 세 번째 모델인 세단형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니오·리샹, 美 증시 먼저 입성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NIO)의 플래그십 SUV 전기차 ‘ES8’.

샤오펑모터스가 예정대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 미국 증시에 입성하는 중국의 세 번째 전기차 회사가 된다. 먼저 미국 증시에 상장한 니오(NIO)와 리샹(Li Auto)의 주가는 최근 크게 올랐다.

니오(NIO·중문명 蔚来 웨이라이)는 2018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10억 달러를 조달했다. 7일 기준 주가는 13.42달러로, 공모가(6.26달러) 대비 114% 상승했다.

니오도 중국 중산층을 공략하는 전기차 회사다. 2014년 11월 상하이에서 설립 후 현재까지 나온 모델은 모두 SUV다. 2018년 6월 첫 SUV 전기차 ‘ES8’ 인도를 시작했다. 2018년 12 월엔 SUV 전기차 ‘ES6’를 출시한 후 2019년 6월 인도를 시작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ES8’과 ‘ES6’의 누적 총 인도량은 4만6082대로, 이 중 1만4169대가 올해 인도됐다.

니오는 지난달 24일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청두 모터쇼 2020’에서 쿠페형 SUV 전기차 ‘EC6’을 출시했다. 보조금 적용 전 가격은 36만8000위안(약 6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현재 예약판매 중으로 다음 달부터 구매자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NIO)가 7월 청두 모터쇼에서 출시한 쿠페형 SUV 전기차 ‘EC6’.

리샹(理想·영문명 Li Auto) 주가는 지난달 30일 미국 나스닥 상장(공모가 11.5달러) 후 이달 7일까지 46% 상승했다. 리샹은 2015년 베이징에서 설립 후 지난해 12월 첫 모델인 SUV 전기차 ‘리샹 원(ONE)’ 인도를 시작했다.

‘리샹 원’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일정 거리를 전기 배터리만으로 운행한 후 배터리가 떨어지면 가솔린 엔진으로 충전하는 방식)’로, 전기와 가솔린을 모두 이용해 차를 충전한다. 정부 보조금을 적용한 판매가는 32만8000위안(약 5600만 원)으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주고객층이다. 올해 상반기 리샹의 총 판매량은 9666대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 회사 리샹(Li Auto)이 출시한 SUV 전기차 ‘리샹 원(ONE)’.

◇ ‘적자생존’ 中 전기차 시장…중산층 타는 프리미엄 차 인기

지난해 초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600곳이 넘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기대 수많은 회사가 생겨났다.

그러나 차 한 대도 출시를 못하고 사라진 곳이 수두룩하다. 연구개발에 큰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데다 배터리 비용도 높아 상당수는 시장에 제대로 진입도 못한 채 퇴출됐다. 군산에서 전기차 브랜드 바이톤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 퓨처모빌리티도 자금난에 7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바이톤이 2021년 판매 예정이던 첫 전기차 ‘M-Byte’.

살아남은 극소수 회사에 투자가 몰리는 이유다.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괜찮으면서 가격대도 적당한 차를 내놓는다면 얼마든지 테슬라에 대적할 회사로 클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7.4% 감소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격대가 더 높은 프리미엄 전기차 판매량은 5월부터 늘고 있다. 테슬라, 니오 등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은 더 나은 차를 타려는 소비자 수요가 있어 시장 위축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