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예측 '7말8초' 에어컨 판매, 55% 곤두박질
매년 반복되던 에어컨 설치대란도 올해는 '이상 무'
4년 연속 250만대? "바짝 팔아도…어렵지 않겠나"

길어지는 장마에 에어컨 판매가 예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에어컨은 그해 신제품이 출시되는 연초(1~3월), 실제 더위를 체감하는 여름(6~8월)이 대목으로 꼽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7월 들어 비가 계속 내리자 에어컨 찾는 사람이 급감한 것이다.

장마가 시작된 6월 24일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걷고 있다. 장마는 8월 9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9일 G마켓에 따르면, 당초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던 ‘7말8초(7월 말~8월 초)’ 일주일 사이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에어컨 수요가 크게 몰리면서 설치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시기이지만, 집중호우로 예년보다 날씨가 선선한 탓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제습기 판매량은 84% 늘었고, 건조기·의류관리기도 90% 이상 크게 증가하며 대조적인 성적표를 보였다.

코로나로 ‘봄철 특수’를 날린 에어컨 업계는 잔뜩 가라앉은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른 무더위에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것이란 관측이 있었기 때문에 6월만 해도 에어컨 판매량이 작년보다 늘었다"면서도 "여름철 에어컨 판매는 날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7월부터는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등 가전업체들은 6월 초만 해도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공식 밝히면서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에어컨이 팔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일찌감치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정부가 전력소비 효율이 좋은 전체 가격의 10%를 돌려주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을 이어간 덕분이었다.

그래픽=김란희

그러나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가 그칠 줄 모르면서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가량을 올리는 ‘여름 장사는 다 했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24일 시작한 장마는 오는 14일까지 서울·경기도, 강원 영서 등 중부지방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예측이 현실화한다면, 역대 최장 장마기간(49일), 종료시기(8월10일)에서 역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마가 끝나면 9월까지는 더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판매량 감소를 상쇄할 수는 있겠지만, 2017년 이후 연간 250만대씩 꾸준히 팔린 에어컨 시장 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