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업계에서 자동차금융을 포기하거나 관련 자산을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금융은 시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아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꼽혔지만, 최근 카드사에 은행까지 가세하는 등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 시장 전통 강자였던 캐피탈사들이 밀려나는 모양새다. 이들은 대신 기업금융이나 소액신용대출에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김기홍 JB금융지주(175330)회장은 상반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까지 JB우리캐피탈의 전략적인 큰 방향은 자동차금융 중심이었지만, 최근 자동차금융 마진이 점점 낮아지고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시장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비오토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전략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JB우리캐피탈은 올해 2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대출을 담당하는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3월엔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추진하는 퍼스널론(PL)본부를 새로 꾸렸다. 김 회장은 "두 부문에서 수익이 예년에 비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덕분에 올해 상반기 실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JB우리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했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시장.

자동차금융 자산을 축소하는 움직임은 다른 캐피탈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주캐피탈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자동차금융 자산은 3조7921억원으로 2016년 말(3조3102억원) 대비 14.6% 증가했다. 반면 기업금융은 같은 기간 2758억원에서 1조1388억원으로 312.9% 늘었다. 개인금융과 투자금융도 각각 169.1%, 179% 늘었다. 아주캐피탈의 전체 금융자산 중 자동차금융 비중은 한때 70%에 육박했었지만, 현재 62% 수준으로 줄었다.

DGB캐피탈 역시 올해 상반기 기업금융 자산이 전체 영업자산에서 31.5%를 차지했는데, 이는 1년 전 27.7%보다 3.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자동차금융은 31.9%에서 32.1%로 0.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DGB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금융은 30% 수준을 유지하고 기업금융을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큐온캐피탈은 자동차금융을 접고 중장비 할부·리스와 기업금융 등에 집중하고 있다.

캐피탈 업계가 자동차금융에 등을 돌리는 것은 상위 캐피탈사와 중하위 캐피탈사간 격차가 좁힐 수 없을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캐피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경우 자동차금융 자산만 21조6187억원에 달한다. 2위 KB캐피탈(8조7445억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 3, 4위인 하나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의 경우 자동차금융 자산은 4조5061억원, 3조7961억원으로 현대캐피탈의 20% 안팎 수준에 불과하다.

한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신차 시장은 현대캐피탈이, 중고차 시장은 KB캐피탈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나머지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현대캐피탈, KB캐피탈에서 1차로 돈을 빌린 뒤 나머지 후순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객들이나 이들 업체에서 거절당해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수익성은 떨어지고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동차금융 경쟁이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다른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물론 시중은행까지 자동차금융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저원가로 자금을 조달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반면 캐피탈사는 이들 대비 다소 높은 가격으로 자금을 끌어와야 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외에 트럭, 버스 등 상용차의 경우 생계형 차주가 많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은 점도 자동차금융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