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평 규모 초대형 나이키 매장… 롯데百 건물 한 층 통으로 내줘
전날 밤 11시부터 오픈 기다린 나이키 마니아… '조던 시리즈'가 뭐길래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명품관인 에비뉴엘 6층에 초대형 나이키 매장이 7일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본점 에비뉴엘 6층의 일부 공간만 롯데시네마의 푸드코트로 활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모두 나이키 매장으로 채웠다. 나이키 매장의 면적은 무려 340평. 국내 백화점 매장 중에선 가장 규모가 크다. 롯데백화점과 나이키는 이 매장에 '나이키 명동'이라는 상징적인 이름도 붙였다.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6층 나이키 명동 매장 안에서 고객들이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나이키 마니아 총집합…매장 곳곳에선 실랑이 벌어지기도

초대형 나이키 매장이 오픈한다는 소식에, 이날 오전부터 롯데백화점엔 나이키 마니아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나이키 명동의 정식 오픈 시간은 백화점 개장 시간과 동일한 10시 30분. 이보다 30분 앞선 10시에 이미 100여명의 고객이 줄을 서고 있었다. 대부분 조던 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해 온 스니커즈 컬렉터들이었다. 조던 운동화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가 함께 개발한 운동화로, 운동화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1번으로 대기하고 있던 B씨는 "롯데백화점에 대규모 나이키 매장이 생긴다고 해서 어젯밤 11시부터 대기했다"면서 "특정 제품을 사겠다고 정하고 온 것은 아니고, 평소 구하기 힘들었던 제품을 혹시 판매하진 않을까 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마니아는 마니아를 알아본다고, 자기보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이도 있었다. 자기보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보며 "아 저 사람들은 다 쓸어가는데"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앞에 대기자가 많지만 나한테까진 순번이 오지 않겠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10시 30분, 매장 오픈과 함께 대기하던 고객들이 매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줄은 성인용 조던 시리즈 판매 코너와 아동용 조던 시리즈 판매 코너, 2개로 나뉘었다.

고객들은 대부분 조던1 시리즈에 눈독을 들였다. 다른 매장에선 구하기 힘든 '조던1 흰파검 미드' 모델과 '조던1 블랙레드(브레드) 로우' 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다.

7일 오픈한 나이키 명동 매장에서 조던 시리즈를 대량으로 구입한 고객이 매장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각 코너에선 직원들과 고객들 간에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휴대용 기기로 확인한 전산 상의 재고와 실제 재고가 달라 혼선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직원의 응대를 받고 있던 고객들은 꼭 해당 사이즈가 아니어도 되니 신발을 갖다 달라고 요구했다. 뒤에서 대기하던 고객들은 "일일이 대응하면 늦으니, 창고에 있는 재고를 모두 갖고 와 쌓아두면 순서대로 하나씩 들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고, 직원들은 "규정 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던 신발들은 매장 오픈 10여분만에 완판됐다. 매장 안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짜증 섞인 한숨을 뱉어냈다. 아침 일찍부터 와 기다렸지만 원하는 상품을 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꺼번에 조던 박스 8개를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신발 컬렉터는 매장 직원에게 "마니아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한 사람들"이라며 "저렇게까지 싹쓸이를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던 시리즈들이 완판되는 중에도 나이키 명동 매장 밖의 대기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오전 11시 쯤 매장 밖의 줄은 오픈 전 보다 더 길게 늘어나 있었다.

나이키 명동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퓨쳐 스포츠' 매장을 컨셉으로 삼고 있다. LED스크린을 이용해 화려한 조명으로 인테리어 효과를 냈다. 마네킹도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어, 마치 전시관의 오브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나게 했다.

다른 나이키 매장에선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도 이목을 끌었다. 나이키 명동에선 내가 원하는 로고나 마크를 티셔츠나 폴로 셔츠에 새길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한 티셔츠는 4만9000원, 폴로셔츠는 7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에코백 스타일의 토트백도 3만9000원에 구입해 나만의 디자인으로 꾸밀 수 있다.

다만, 미국 나이키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나이키id'(특정 상품의 제품을 내가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로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최근 러닝 열풍과 함께 스포츠 브랜드나 인솔 제작 업체에서 제공하는 '발모양 3D 스캐닝'과 같은 미래형 서비스가 없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에비뉴엘 6층에 마련된 나이키 명동 매장 입구. LED 화면으로 채워진 입구에선 브랜드 슬로건과 광고가 나온다.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한 층을 나이키에 통으로 내준 까닭은?

최근 백화점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다. 이를 위해 백화점들은 여러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방식으로 매장을 배치했다.

스포츠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특정 브랜드에만 넓은 공간을 제공할 경우, 경쟁 브랜드에서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게 공간을 제공했다. 그런 점에서 롯데백화점이 초대형 매장을 본점에 유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나이키의 경쟁 브랜드인 아디다스나 언더아머, 뉴발란스 등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와 계속 거래를 해야 하는 롯데백화점으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나이키 메가 매장 오픈은 코로나 이후 백화점을 떠난 고객들을 다시 끌어오는 게 얼마나 시급한 문제였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광희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남성스포츠팀장은 "오프라인 매장으로서 백화점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핵심 과제였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인 나이키의 메가 매장을 오픈하면 모객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오픈한 나이키 명동을 랜드마크와 같은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나이키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함으로서 얻는 직접적인 수익보다는, 백화점 고객 유치의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도 이날 오전 매장 오픈 현장을 둘러보며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유다영 롯데백화점 치프 바이어는 "제품 구매보다는 다양한 경험에 초점을 맞춘 매장"이라며 "다른 나이키 매장에선 경험하기 힘든 커스터마이즈 서비스나 스타일링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와 롯데백화점은 나이키 명동 매장 오픈을 기념해 한정판 상품을 게릴라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 역시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