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5나노로 생산하는 차세대 모바일 칩 퀄컴 '스냅드래곤875'
물량 받은 삼성, 아직 수율로 '삐걱'… 때마침 '큰손' 화웨이 주문 빠진 TSMC
"애플·AMD 대량 주문 받은 TSMC, 퀄컴 칩 생산하더라도 내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가 내년 생산할 예정이었던 퀄컴의 차세대 칩 물량 일부가 경쟁사인 대만 TSMC로 넘어갈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이 최근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최신 5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이 수율(완제품 비율)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퀄컴이 제품 출시 일정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위탁생산처를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진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65. 삼성 갤럭시노트20 등 신제품에 탑재됐다.

6일 중국 IT 전문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전날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퀄컴이 삼성전자 5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하려던 차세대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 ‘X60’과 주력 통합칩 ‘스냅드래곤 875’ 일부 물량을 TSMC에 맡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TSMC는 5나노 공정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생산 여력이 있지만, 애플·AMD 대량 주문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퀄컴 차세대 칩을 생산하더라도 시점은 내년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는 공교롭게도 삼성전자(005930)가 ‘갤럭시노트20’ ‘갤럭시Z폴드2’ 등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퀄컴이 자사 5G 통합칩 ‘스냅드래곤 865 플러스’를 삼성 신제품에 탑재했다고 각각 발표한 지난 5일 나왔다. 퀄컴의 칩은 TSMC를 통해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5나노 수율을 개선 중인데다, TSMC가 미국 제재 여파로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인 중국 화웨이 주문을 받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물량 공백이 생기고, 이에 따라 최근 공격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설(說)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5나노 양산에 착수했으며, 수율은 기존 계획대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자사 모바일 칩 ‘엑시노스1000’ 외에 외부 반도체기업 주문을 대량 받아 본격적으로 5나노 생산에 나서는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이런 상황에서 전체 매출 가운데 14%(지난해 기준) 비중을 차지하던 ‘큰손’ 화웨이 주문을 안 받기 시작한 TSMC가 퀄컴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TSMC는 5나노 양산을 시작해 수율이 좋은 상황이며, 이 공정에서의 올해 매출 목표를 10% 정도로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5월 15일 미국은 외국 반도체 기업도 미국 기술을 약간이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화웨이가 반도체 생산을 100% 가까이 의지하던 TSMC를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제재 직전 화웨이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은 TSMC는 현재까지 두 달 넘게 신규 거래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다만 실제 주문을 받아 고객사에 인도되는 이른바 ‘리드 타임’이 세 달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화웨이로 인한 매출 타격은 4분기(10~12월)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TSMC는 최근 2분기(4~6월) 매출액이 우리 돈 1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고 밝히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화웨이 부재가 실제 반영되더라도 애플, AMD 등 주문으로 내후년까지는 TSMC의 독주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51.5%에 달할 전망이다. 최신 공정에서 TSMC를 유일하게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8.8%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