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개별요금제, 기존 장기계약자는 적용 안 돼 발전사 반발
가스公·발전사 TF 꾸려 협의… 곧 연구 용역 진행 예정

한국가스공사(036460)가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 국내 발전사에 판매하면서 기존 장기 계약 업체보다 신규 계약 업체가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종의 ‘일물이가(一物二價)’인 셈인데, 가스공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발전사들이 반발하자,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외부 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기로 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사인 가스공사와 발전사들이 원만한 합의안을 마련하라는 입장이다.

가스공사와 발전사 간 갈등은 정부가 올해 발표한 '개별요금제'를 신규 계약을 맺거나 기존 장기 계약이 종료된 발전사에만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이미 20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발전사들은 도입 단가가 더 비싼 평균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발전사 별 계약에 따라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개별요금제는 모든 발전사에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기존 평균요금제보다 가격이 저렴할 저렴할 가능성이 크다.

가스공사는 그동안 LNG 수입을 독점해왔지만, SK, 포스코 등 민간 기업뿐 아니라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들도 LNG 직도입에 나서자 개별요금제를 도입했다. 직도입 사례가 늘어나면서 입지가 좁아진 가스공사가 자구책으로 내놓은 것이 개별요금제다.

한국가스공사가 운영하는 인천 LNG 저장기지.

개별요금제는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문제는 이미 LNG 도입 장기계약을 맺은 발전사들은 이 요금제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발전사는 앞서 체결된 계약 기간을 위약금 부과 없이 단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발전사 상당수의 계약 기간이 2034~2037년까지인데 이를 10년 앞당겨 종료하고, 발전사가 개별요금제로 LNG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수입해 발전사에 판매하는 LNG 품질이 다른 것도 아닌데 개별요금제 시행 전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더 비싼 값에 LNG를 구매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통상적인 경우라면 계약 기간을 변경하려면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새로운 요금제 도입’이라는 변수가 발생한 만큼 가스공사가 비용 없이 계약 기간을 단축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발전사들이 계약 기간 단축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LNG 구매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발전사 LNG 구매 단가가 곧 전력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발전소보다 높은 가격에 LNG를 공급받으면 발전 단가가 올라가고, 발전 단가가 올라가면 급전 순위에서 밀려 전력 장사에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스공사에 계약 기간 단축을 강하게 요구하는 발전사는 LNG 직도입 역량이 없는 중소형 발전사들이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하지만 가스공사는 이미 체결한 계약 기간은 채워야 한다며, 이를 변경하려면 당연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존 계약을 파기하면 들여오기로 한 LNG를 발전용에서 도시가스용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발전사들은 기존 계약이 일찍 종료돼도 결국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기 때문에 도입하기로 한 LNG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한편 가스공사와 발전사들은 LNG 약정물량에 대한 일종의 벌금(페널티)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을 놓고도 의견 대립을 벌이고 있다. 가스공사 표준계약서에는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구매하는 발전사들이 매월 약정한 물량보다 20% 적게, 혹은 더 많이 사용하면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발전사들은 "매월 LNG 사용 실적은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 조항은 계약서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약정물량에 대한 페널티는 강하게 적용하지 않고 있는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 역시 앞으로 진행되는 연구 용역 결과를 놓고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