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이달 중순까지 강우 전망… 사상 최장 장마 '유력'
집중 호우 등으로 휴가 시즌 내수 차질…소비·고용 위축 우려

이달 중순까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3분기 경기 반등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경제활동 절반이 펼쳐지는 수도권과 중부지역에 집중 호우가 계속되는 것이 고용과 소비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9년 만에 강우일이 가장 많았던 지난 7월 경제지표가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등지의 집중 호우 사태가 국내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있는 소비 회복세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다섯 달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수 소비 회복세가 삐걱거리면 3분기 1%(전기대비)대 성장률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8월 3일 오후 서울과 경기 등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도심이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고 있다.

◇잦은 강우·폭염 등 기상이변, 고용·소비 회복 제약 요인으로 작용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말 휴가계획을 변경했다. 원래는 오는 10일쯤 휴가를 가서 광복절 연휴가 끝나는 17일까지 쉬려고 했다. 하지만 장마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최근 열흘간 매일 집중 호우가 내리자 9월말 추석 연휴 시즌에 휴가를 가기로 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경기와 영서지방의 경우 14일까지도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망에 따르면 6월 24일부터 시작된 중부지역의 장마는 14일까지 52일 동안 이어진다. 2013년 6월17일부터 8월4일까지 이어졌던 49일간의 장마를 뛰어넘는 사상 최장기 장마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 이미 제주지방에서는 6월10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7월28일까지 49일간 이어져 사상 최장 기록을 달성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장마 등 집중호우의 장기화는 소비, 고용, 물가 등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까지 사상 최장 장마였던 2013년의 소매판매지수를 보면 장마 직후인 8, 9월 두 달 연속 마이너스(전월비 기준)를 나타냈다. 특히 여름철 여행 수요 등에 영향받는 의복 소비가 감소하는 등 부진한 흐름이 나타났다.

장마 등 집중 호우는 고용지표 부진의 원인이 된다. 건설업, 농림어업 등 외부 경제활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산업은 집중 호우기에 취업자가 크게 감소하는 특성을 보였다. 최근 10년 간 강우일이 가장 많았던 2011년 7월(19.4일) 농림어업 등에서 취업자가 10만명 이상 감소했다. 반대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1년에 폭염이 있었던 2018년의 경우 7,8월 전체 취업자가 각각 3000명, 5000명으로 뚝 떨어졌는데, 혹서기 외부 작업이 제한됐던 건설업 등에서 취업자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선DB.

◇"사상 최장 장마, 경기반등 불확실성 높일 듯"

이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사상 최장기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장마가 3분기 경기반등을 제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장기간 이어지는 장마가 휴가철 여행수요를 억제할 수 있어서다. 휴가 시즌과 맞물린 레저용품 소비, 음식 등 외식 서비스, 숙박 등 여행 수요와 연동되는 각종 서비스 지출이 동반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오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국내 여행 등 내수 소비 수요를 북돋으려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장마가 길어지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달초부터 발표되는 7월 경제지표에서 사상 최장기간 장마의 부정적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소비자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0.3% 상승에 그쳤지만, 서민 생활에 밀접한 채소류 등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비 8.4% 급등했다. 7월 강우일이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18.8일에 달하면서 채소 등의 작황이 부진한 탓이었다. 배추(35.7%), 고구마(37.0%), 양파(39.9%), 상추(35.9%) 등 채소류 가격은 전년비 16.3% 뛰었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발표될 7월 고용지표도 부진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2월부터 넉달간 지속된 취업자 수 감소 추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농림어업 등에서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되고, 건설업의 취업자 감소폭이 커질 수 있다. 잦은 강우로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진행에 차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같은 소비·고용 부진이 나타날 경우 지난 1,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딛고 3분기에는 경기반등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출 감소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반등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 내수 부문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내수의 동반 위축이 나타날 경우 정부와 시장에서 전망하는 3분기 1%대 성장률 반등이 힘들 수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지 않아 빠른 수출 반등이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집중호우 사태 등이 경기 반등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그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