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전문업자 아닌데 어떻게 대출업 하나
미래에셋 '지정대리인'에 선정… 대출심사 업무 위임
금융위에 신청해 2개월 심사 거쳐 최종 결정
SC제일은행 대출심사하는 '토스'도 지정대리인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내 선보일 혁신 금융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SME(중소상공인) 대출’ 상품을 연내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처음으로 금융 이력이 없더라도 사업 정보를 토대로 대출을 심사한다는 게 특징입니다. 당장 매장이나 소득이 없어도 매출이나 주문 건수 등을 통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그동안 금융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를 두고 "네이버가 자격 없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대출사업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법상 지급결제사업자로 등록 돼 있어 여신업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대출상품을 운영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사실 네이버가 대출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기 보다는 정부에서 마련한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한 덕분입니다. 실제 대출을 모집, 판매하는 곳은 여신업체인 미래에셋캐피탈이고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정대리인으로서 대출 심사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지정대리인은 기존 금융사 핵심 업무를 핀테크 업체가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입니다. ‘비조치의견서’ ‘위탁테스트’와 함께 금융규제 개혁 3대 테스트베드로 불립니다. 미인가 개발업체가 자신이 만든 금융서비스의 사용권을 기존 금융사에 넘기는 위탁테스트와 달리 지정대리인은 기존 금융사(미래에셋캐피탈)가 자신의 권한을 신규 금융서비스 개발 업체(네이버파이낸셜)에 넘겨 사업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핵심 업무’란 은행은 계좌 개설이나 예·적금 업무 등이 해당되고 여전(여신전문금융업)의 경우 대출·어음의 할인, 자격심사 등을 가리킵니다.

금융사와 업무위탁 관계를 구축한 핀테크 기업이 금융위원회에 신청하면 금융위가 서비스의 혁신성이나 소비자 혜택, 사업자의 테스트 준비상태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해 선정합니다. 심사기간은 보통 약 2개월이 소요됩니다. 실무검토→전문가 자문단의 의견청취→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됩니다.

금융당국은 2018년 5월 제도 도입 당시 "지정대리인의 취지는 금융업 인·허가를 받아야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현 체계에서 인·허가가 없는 핀테크기업 등이 금융사와 함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존 규제의 틀에서도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준 겁니다.

물론 시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에 따라 지정 취소나 철회, 업무변경 권고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만약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사와 지정대리인이 연대해서 배상책임을 부담해야 됩니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31건의 지정대리인을 지정했습니다. 네이버와 비슷한 케이스로는 지난해 3월 SC제일은행의 지정대리인에 선정된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앱에 저장된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NHN페이코가 SC제일은행과 우리카드의 비대면 계좌 개설 및 카드 발급시 본인인증 등의 절차를 대리해 주는 것(2019년 7월 선정)도 모두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한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