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어 오만 정부도 스크러버가 설치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기로 했다.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이 입항하면 해양 오염이 우려되기 때문인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스크러버 설치로 우회하려 했던 선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에서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결국 LNG추진선 발주가 늘어나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일 해상보험기업 ‘스탠다드 클럽’에 따르면 최근 오만 정부는 자국 영해에서 선박의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을 알칼리성인 해수를 이용해 씻어내는 저감 장치다. 개방형은 사용한 해수를 선외로 배출하는 시스템이다. 스탠다드 클럽은 "스크러버 설치 선박이 오만 정부 허가 없이 사용한 해수를 배출하다 적발되면 최악의 경우 당국에 나포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스크러버는 IMO가 올해 1월 도입한 환경규제 ‘IMO 2020’ 시행에 따른 대응책 중 하나다. IMO2020에 따라 선사들은 의무적으로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 선사들은 고유황유의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하거나 유황 성분이 적은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선사들은 아예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스크러버 장치 개념도.

그중 스크러버 장착의 인기가 가장 높은 이유는 비교적 저렴한 설치 비용(약 60억원) 때문이다. 한 번 설치하면 가격이 저렴한 벙커C유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한다. 특히 개방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선외로 해수를 배출하지 않는 폐쇄형보다 값이 저렴해서다. 노르웨이 선급 DVN GL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스크러버 설치 선박 3266척 중 2625척(약 80.37%)이 개방형을 채택한 반면, 폐쇄형은 65척(약 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 둘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이 차지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개방형 스크러버 가동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오만뿐 아니라 이미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싱가포르, 미국 등 25개국 항구에서 개방형 스크러버 가동을 금지하고 있다. 스크러버에서 버려지는 해수가 자칫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 역시 급격히 줄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스크러버 수주잔량은 1730만 DWT(재화톤수용량)에서 970만 DWT로 약 44% 줄었다.

선사들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스크러버가 필요 없는 저유황유를 사용하자니, 일반 고유황유보다 톤당 가격이 30%가량 비쌀뿐더러 품질 문제로 자칫 엔진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폐쇄형 스크러버의 경우에는 화학 세정제를 계속 투입해야 하는 등 유지비가 많이 들어간다. 아울러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탓에 환경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한계가 있다.

삼성중공업이 첫 건조한 LNG 연료추진선(오른쪽)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LNG 벙커링 선박(왼쪽)으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모습.

결국 스크러버 이슈가 장기화할 경우,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이 IMO 2020의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비록 일반 선박의 건조 비용보다 30%가량 비싸지만, LNG 가격이 낮아졌고 IMO의 추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코트라는 오는 2025년 세계 신조발주 선박시장의 60.3%(1085억달러)를 LNG선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수주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LNG선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선 특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결국 LNG 선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는지가 해운 업계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선주들의 LNG선 발주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LNG추진선 수주 잔량은 1890만DWT에서 2440만DWT로 약 2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