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와 사전 협의 없이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이 발표됐다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반발이 일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연히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한다.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가운데 지자체장이 다시 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공재건축 문제로 서울시와 마찰을 빚은 정부가 유휴부지 활용을 하면서도 다른 지자체와 계속 충돌하는 모양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좌)과 김종천 과천시장(우)

김종천 과천시장은 지난 4일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을 한 이후 항의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3일 오후 3시 국토부 공공주택 추진단장과 회의를 하며 처음으로 과천청사 유휴지 개발 계획을 들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또 김 시장은 "4일 오전에 있었던 당·정 협의에 참석해 반대 입장을 밝히려고 했지만, 말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발표를 보게 됐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상 말하는 협의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김 시장은 정부 청사 유휴지의 개발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정부청사 유휴지는 과천시민들이 광장으로 숨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유휴부지 개발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과천청사 바로 앞의 유휴 부지는 정부 소유의 땅으로, 현재 8만9000㎡ 부지가 공원과 운동장으로 쓰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정부과천청사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유휴지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이 구역의 일부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일부는 상업·복합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하지만 정부의 사업 추진이 수년간 표류하면서 지난 2018년 과천시에서는 유휴지 관리권을 과천시에 위임해 달라는 시민궐기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후 이 곳은 ‘도심 속 가족행복 피크닉’ 등 축제가 열리는 ‘과천시민의 광장’ 역할을 해왔다. 과천시는 5일 정부의 과천청사 부지 아파트 건립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과천청사 유휴지에 야외시장실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팀이 발표한 대책을 둘러싼 잡음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공 강화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허용한다고 한 것에 대해 건물 층수 허가권한을 가진 서울시는 3시간 만에 "시는 35층 규제를 푼 적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또 정부가 내놓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 계획에 대해서도 "시는 애초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정부와 잘 협조해 나갈 것"이라는 취지로 진화에 나섰지만, 정부가 공급확대 정책을 다급히 준비하면서 해당 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 노원구 등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와 기초지자체와의 협의가 안 된 데다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정도 없었던 상황으로 읽혀진다"면서 "제대로 된 의견 조율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하게 되는데 급하게 대책을 내놓았다는 방증으로 읽혀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