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한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촉발됐다는 시각에 대해 한 금통위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저금리 등으로 늘어난 통화량이 가계보다는 기업으로 흐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한국은행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나타냈다.

A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완화 기조의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시 강해지는 등 금융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되지 않게 자산가격이 고평가되거나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급작스러운 조정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B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현재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돼 금융시장은 현재 대체로 안정을 회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계신용을 비롯한 민간신용이 빠르게 늘고 자산시장에 유동자금 유입 확대가 지속하고 있다"면서 "미래 금융안정을 저해할 잠재적 요인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위원은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이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C 금통위원은 "최근 M2(광의의 유동성) 증가율이 10%에 육박하는 가운데, 경제 주체별로는 기업의 M2 보유 증가율이 가계를 크게 웃돌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에 불구하고 실물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D금통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비교적 빨리 파급되는 반면 실물경제 파급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면서 "실물경제로의 파급이 장기간 제약되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계속 올라가 부채 과잉 문제가 심화하는 데다,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 대비 자산가격의 고평가 내지 버블 형성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통위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6월 전망치(-2.1%)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E금통위원은 "올해 성장률이 IMF가 지난 6월 제시한 전망치(-2.1%)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느냐"고 물었고, 한은 담당 부서는 "비록 성장경로의 하방 위험이 커졌지만, 올해 성장률이 IMF의 전망치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답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지난 5월 한은이 부가적으로 제시한 '비관적 시나리오'상 성장률(-1.8%)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은은 "최근 미국과 일부 신흥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하고 있어 비관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국내외 경제 활동이 점차 재개되고 봉쇄조치도 완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아직까지는 비관 시나리오보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가까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