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20달러 위조 지폐로 담배 구입하다 덜미
레인 경관, 차에탄 플로이드 뒤통수에 권총 들이대
대화 중 "폐쇄공포증과 불안장애 있다" 항변도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시발점이 된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으로 기소됐던 두 경찰의 보디캠 영상이 영국 매체인 데일리메일(DailyMail)을 통해 3일(현지 시각) 공개되었다.

사건 당일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가 20달러짜리 위조 지폐를 사용하여 담배를 샀다는 한 식료품점 직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처음 도착한 것은 토머스 레인(37)과 알렉스 킹(26) 전 경찰관으로, 상점 주인으로부터 "방금 받은 지폐가 위조지폐인 것 같다"고 들은 후 아직 출발하지 않은 플로이드의 차량에 접근했다.

플로이드가 창문을 내리는 것이 늦어지자, 레인 경관이 곧바로 플로이드의 머리 뒤에 권총을 들이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다음은 영상에 담긴 플로이드와 레인 경관 간에 오간 대화.

플로이드: 깜짝이야, 저기, 미안하다.
레인 경관: 당장 손들어! 다른 쪽 손도 들어라.
플로이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한데, 전에 이런 식으로 총에 맞은 적이 있어서 그렇다.
레인 경관: 알았다. 그래도 손을 보여달라고 하면 빌어먹을 손 좀 들어라.

두 경관이 플로이드에게 수갑을 채우고 그를 차량 밖으로 끌어내자마자 그는 흐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계속해서 "제발 나를 쏘지 마라"를 반복하며 경찰관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레인 경관: 그(플로이드)가 이렇게 이상하고 겁쟁이같이 구는 이유가 있냐?
힐(전 여자친구): 전에 총에 맞은 적이 있어서 그렇다.
레인 경관: 그건 알겠는데… 술이라도 마셨나?
힐: 그건 아니다. 그냥 좀 (머리를 가리키며) 경찰 관련해서는 그런 게 있다.

영상에는 그의 전 여자친구인 힐이 과거에도 플로이드가 정신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는 듯이 손짓을 하며 설명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의 지인들이 경찰들과 대화하는 동안 플로이드는 계속해서 본인이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킹 경관: 계속 엎드리지 말고 일어나라. 일어나서 차 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서라.
플로이드: 부탁한다. 여기 나를 혼자 두지 마라, 난 폐쇄공포증이 있다.
킹 경관: 그래도 차 안에는 들어가야 된다.
플로이드: 여기 들어가면 난 죽는다. (중략) 미친 듯이 무서워서 그렇다.

영상 속에는 지나가던 행인이 플로이드에게 이렇게 행동해서 좋을 것이 없으니 진정하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플로이드는 "내가 이들을 이기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 난 폐쇄공포증과 불안장애가 있다.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몇 분 뒤 데릭 쇼빈 경관과 투 타오 경관이 현장에 합류해 플로이드를 경찰 차량에 태웠지만, 그는 영상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초 뒤 차량 밖에서 쇼빈 경관에게 상반신을 결박당한 채 누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 당시 찍힌 쇼빈 경관의 사진.

이 때부터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며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했다. 행인들이 "(플로이드의) 맥박을 재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지만, 4명의 전 경관 중 가장 선배인 쇼빈 경관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레인 경관: 그의 몸을 옆으로 뉘여야 할까?
쇼빈 경관: 아니, 이대로 둔다.
레인 경관: 알겠다. 그냥 그 정신 착란 상태인지 뭔지가 걱정돼서 그렇다.
쇼빈 경관: 그래서 앰뷸런스를 부른 거 아니냐.

하지만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시점에 플로이드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누리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미국 클리블랜드의 한 시민은 "처음부터 경찰에게 신속히 협조했다면 이런 결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지만, 같은 지역의 다른 시민은 "그건 폐쇄공포증 등의 불안증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뉴욕의 한 시민은 "경찰들의 과잉 진압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의도적으로 그를 살해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법정에 선 4명의 전 경찰관들. 왼쪽부터 데릭 쇼빈, 알렉산더 킹, 토머스 레인, 투 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