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름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전세계 항공사들이 방역 강화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기내 승객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자 이륙 직전 비행기를 돌려 해당 승객을 강제 하차시킨 이른바 ‘마스크 회항’ 사건도 벌어졌다.

3일(현지 시각) 폭스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달 23일 미국 디트로이트공항에서 애틀란타행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2명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자 이륙 직전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 이들을 강제 하차시켰다고 밝혔다. 이들 승객은 승무원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끝까지 거부했다. 델타항공 측은 해당 여객기가 이륙 신호를 받은 상태였음에도 탑승 게이트로 긴급 회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례 없는 ‘마스크 회항’과 관련해 델타항공 측은 "기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마스크 착용 거부 승객을 하차시킨 뒤 바로 목적지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지난달 20일 기내 마스크 착용 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마스크를 쓰기 힘든 기저질환 탑승자에게는 항공 여행 자제를 강력 권고하고, 부득이 여객기를 타야 할 경우 델타항공이 제공하는 의료 상담을 통해 전문가의 공식 진단을 받아야만 마스크 착용을 면제받을 수 있다.

코로나 여파로 빈 좌석이 많은 델타항공 여객기 내부 모습.

델타항공은 또 오는 9월 30일까지 기내 모든 중간 좌석 이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승객들이 탑승 전 좌석을 미리 지정할 때 중간 좌석은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일등석은 전체 좌석의 절반만 판매하기로 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좌석이 일정 수준 이상 예약되면 승객이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위탁 수화물을 최소화하고 기내 수화물 이용을 장려하고 나선 항공사도 있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LCC) 라이언에어 대변인은 "위탁 수화물을 싣고 내리는 데는 최소 8명의 손을 거치게 돼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며 "많은 항공사가 기존 정책을 바꿔 기내에 수화물을 무료로 실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라이언에어는 기내 화장실 앞에 승객들이 줄 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규제도 나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기내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15일까지 기내 좌석 위 짐칸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짐칸을 이용하면 기내 통로가 혼잡해져 거리두기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일부 항공사를 제외하고 이 규정은 해제됐으나, 기내 수화물 외에 겉옷을 들고 탑승하는 경우 승객들은 예외 없이 기내에 마련된 일회용 멸균 용기에 옷을 넣어야 한다.

국내 항공사들 역시 승객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뒷줄을 배정받은 승객부터 비행기에 탑승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시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뒷자리부터 구역(zone)을 세분화해 순서대로 탑승하게끔 하고 있다. 또한 공항에서 좌석을 최대한 건너띄워 배정하고 있으며 기내에는 손 소독제 등의 감염 예방 물품을 비치했다.

대한항공(003490)관계자는 "항공기 특성상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승객에 대해 즉각 하차 조치를 할 순 없지만 기내 승무원들이 지속적으로 지도를 하고 있다"며 "탑승구에서부터 검사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안 쓰는 승객은 없으며, 탑승률이 대부분 50% 미만이라 옆자리는 대개 비워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사전에 전 노선 탑승객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탑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공지를 띄우고, 탑승 수속부터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게는 마스크 구매를 안내하고 비협조 시 탑승 제한을 안내하고 있다"며 "승객 대부분이 마스크 착용에 협조적"이라고 말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고열환자 발생에 대비해 최후방 3열은 가급적 배정하지 않고 남겨두고 있으며, 이번 달부터는 국내선 승객들도 게이트에서 셀프 보딩 후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승객들은 거의 대부분 기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델타항공의 마스크 회항 사례는 마스크 착용률이 현저히 낮은 미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계도성 조치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