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인 ‘데이터댐’의 댐지기 역할을 하게 될 데이터관리 조직을 설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차관급 조직으로 데이터청(廳) 또는 데이터위원회 형태의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민간과 공공기관에 축적되는 데이터를 저장·관리·활용하는 국가 데이터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인 데이터 경제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한국판 뉴딜’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TF 구성 기재부가 맡기로… "조직형태·업무범위 논의중"

3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데이터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기 위한 TF 구성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은 차관급인 데이터청 또는 데이터위원회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력을 가진 청으로 할지, 합의제 기관인 위원회로 할 지는 TF 활동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TF는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추진기획단이 맡고, 이달 중 TF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혁신성장추진기획단에서 데이터 컨트롤타워 신설 TF 구성을 작업을 진행하고, 관련 검토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라며 "다만 조직 형태를 청으로 할지, 위원회로 할지는 논의 중인 상태"라고 했다.

정부는 TF를 구성해, 연내 조직 신설을 마무리 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혁신성장추진기획단은 여러 부처들과 함께 데이터부처와 관련한 ‘조직규모’, ‘업무범위’, ‘관련 제도 개선사항’ 등을 점검하며, TF 구성안을 작성 중이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 등이 필요한 데이터청보다는 신속하게 조직이 꾸려질 수 있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특별위원회로 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나 청으로 꾸리기에는 법개정이 필요하고, 인원도 부족할 수 있다. 또 데이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만큼, 범부처와 협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기구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TF에는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통계청 등 이해관계 부처들이 참여한다. 기재부는 기획과 예산을 담당하고,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주무부처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 행정안전부는 국가망과 공공데이터를 보유한 부처이며, 통계청도 인구, 재산, 혼인, 고용, 산업활동 등 다양한 공공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해관계 부처들이 참여하고, 플러스 알파로 또다른 부처가 참여할 수 있다"며 "민간전문가들도 참여시켜, 비상시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정부 조직을 크게 흔드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청으로 만들면 규모가 너무 클 수 있고, 위원회로 만들 경우 위원회와 함께, 서포트 하는 사무 조직을 꾸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청? 데이터위?... 빅브라더 우려도

데이터부처는 데이터댐을 관리하는 이른바 댐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물이 데이터이고 댐이 데이터센터나 플랫폼이라면, 데이터 경제 시대 활성화를 위해 물을 모아 수위를 조절하고, 방류를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부처의 몫인 셈이다. 정부는 데이터댐 구축을 위해 2025년까지 18조1000억원을 투입하고, 관련 일자리 38만9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데이터 댐은 향후 43조원 규모의 데이터 시장 구축과 5G 보급률 70% 달성의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데이터센터가 ‘기록’과 ‘저장’ 등 단순한 역할을 맡았다면, 미래의 데이터 센터는 데이터를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신기술·고효율을 창출하는 ‘브레인 센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미 데이터 관련 부처 설립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데이터를 지능형으로 가공할 수 있는 데이터청과 데이터 거래소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데이터청 신설을 제안했다.

다만 데이터 부처에 대한 우려도 있다. 데이터청이 ‘빅브라더(big brother)’처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모든 시민을 밤낮으로 감시하는 디스토피아의 핵심적인 시스템이다. 정부 기관 산하에 설치하는 ‘청’ 형태의 기관이 모든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 정보를 쌓아두고 자칫 이를 그릇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국회 등을 통해 데이터부 입법까지 얘기되는 상황에서 데이터 컨트롤타워 신설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TF에 보고서가 올라오면 검토 뒤에, 조직 신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