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 추진하는 '토종'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연평균 157% 매출 증가에 국내 지점수 기준 1등
나스닥 상장 실패한 위워크 사례에 회의적인 시각도
"위워크 추락은 무리한 외형 확대와 오너 리스크 탓"
코로나19 악재도 지적되지만 오히려 입주 멤버수↑

패스트파이브 삼성4호점 내부.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패스트파이브를 두고 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국내에서 공유오피스 회사가 상장을 시도하는 첫 사례다. 지난 5년간 연평균 15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만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유오피스 임대를 주력으로 한다. 2015년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7월 말 기준 총 25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점수 기준 국내 1위(2위 위워크코리아 20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21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425억원이다. 하지만 4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패스트파이브는 특례상장(테슬라 요건)을 추진, 지난 7월 16일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특례상장은 당장은 손실을 내고 있지만 상장 후 1~2년 내 흑자전환을 예상하는 기업들이 주로 택하는 전략이다.

공유오피스의 매력은 역세권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설계된 오피스를 경제적인 비용으로 이용한다는 데 있다. 보증금이 안 들고 오피스 관련 초기 투자비용이 ‘0’에 가깝다. 일정한 공간을 연 단위로 임대하는 전통적인 오피스와 달리 중대형 면적부터 책상 단위까지 임대 규모와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유현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공유오피스는 상업용 부동산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빌딩이라는 HW(하드웨어)를 업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디자인하고 여기에 서비스, 각종 편의, 커뮤니티 등 SW(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고 했다.

공유오피스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이들은 앞서 미국 증시에서 IPO(기업공개)가 무산된 위워크 사례를 든다. 2010년 뉴욕 맨해튼의 한 건물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10년 사이 전 세계 120여개 도시 800여개 지점을 운영하는 글로벌 대표 공유오피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며 기업가치는 한때 470억달러(약 55조9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장 심사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가 드러났고 당시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였던 애덤 뉴먼의 방만 경영과 각종 비행이 구설수에 오르며 IPO가 어그러졌다. 이는 2016년 진출한 한국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위워크는 올 들어 국내에서 신규 지점을 단 1개 개설하는 데 그쳤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확장보다는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또 지난 6월엔 서울 종로타워 지점 계약 조건을 놓고 임대인과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마찰을 빚으며 철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최근 양측 간 입장 차이를 좁혀 다시 정상 영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파이브 여의도점.

다만 업계에서는 "위워크의 문제일 뿐 공유오피스의 실패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위워크가 애초부터 비용관리에 신경쓰고 오너리스크만 없었어도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패스트파이브의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약 54억원에서 49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손실률로 따지면 기존 25.6%에서 절반 수준인 11.5%로 줄었다. 당기순손실이 283억원에서 598억원으로 대폭 늘었지만 이는 그동안 투자 유치 과정에서 발행했던 RCPS(전환상환우선주)를 부채로 인식하며 나타난 효과 탓이 크다. RCPS는 일반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인식해도 되지만 상장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 상 투자자에게 상환권이 있을 경우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리스(임대료) 회계 방식이 변경되며 패스트파이브가 빌린 건물을 부채로 잡게 된 것도 재무부담을 가중시켰다. 모두 실제 현금 유출과 관련 없는 회계적 비용이다.

공실률은 국내 위워크가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패스트파이브는 3% 수준이다. 이는 패스트파이브가 지점을 무작정 도심권(CBD), 강남권(GBD)에만 세우는 게 아니라 단가가 싼 외곽이라도 수요가 있으면 지점을 늘리는 식으로 전략을 취한 덕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바뀐 업무방식이 공유오피스 업계에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이 회사 출근 대신 재택근무를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업무방식의 변화는 공유오피스 수요 감소가 아니라 커다란 본사 빌딩에 전 직원이 출근하는 형태를 바꾼 게 더 맞다는 분석이다.

앞서 SK텔레콤이 "집에서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트렌드를 보여준다. 해외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직원들이 본사가 아닌 공유오피스에서 일하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시티그룹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위워크와 새 계약을 맺기도 했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인 1월 패스트파이브 지점을 이용하는 멤버수는 약 1만2800명이었지만 지난 6월 기준 멤버수는 1만7000여명으로 33%가량 증가했다"며 "3월(1만4500명) 기준으로 비교해도 17% 늘었다"고 했다.

패스트파이브는 2023년까지 지점 수를 기존 25개에서 8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멤버 수는 1만7000여명에서 3만명으로, 전용면적 기준 2만1000평에서 8만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월 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위워크와는 별개로 패스트파이브는 계획대로 간다"며 "지난 5년 비슷하게 성장했지만 지금은 (패스트파이브가) 한국에서 선두에 서 있다. 앞으로 꽤 달라질 것인데 2020년이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패스트파이브가 ‘위워크의 저주'를 이겨내고 증시에 상장해 질주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지웅(왼쪽) 패스트파이브 이사회 의장과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가 지난 6얼 30일 패스트파이브 여의도점에서 열린 ‘패스트파이브2.0 - 부동산에서 플랫폼으로’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